원숭이 두창도 결국 비상사태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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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8월이네요. 올해 들어 유독 주변에서 나이에 상관없이 세월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고 말하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곳 LA는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무더위가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지쳐보이는 모습인데요. 이런 가운데 여전히 코로나 감염자는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원숭이 두창(Monkeypox)’이라는 새로운 병까지 확산하면서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LA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상황입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이미 지난달 23일 원숭이 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한 바 있는데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WHO 즉 세계보건기구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경계 단계로 그동안 에볼라, 코로나19 등에도 내려졌고 이번이 7번째라고 하네요.
그래서 이번 똑개비 204호에서는 원숭이 두창이라는 병에 대해서 살펴보려 합니다.

먼저 현재까지의 감염 현황입니다. 8월2일 기준으로 한국을 포함해 83개국에서 감염자가 발생했고 전 세계적으로 총 2만5391명이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5월 6일 처음으로 1명의 환자가 보고됐고 이후 6월1일 733명, 7월1일 6448명,  다시 한 달 만에 2만5000 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른데요.
8월 2일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전국적으로 6326명이 감염된 것으로 연방질병예방통제센터는 밝히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캘리포니아에는 826명의 환자가 있습니다. 가장 환자가 많은 주는 뉴욕으로 캘리포니아의 2배 수준인 1617명입니다. 환자가 200명이 넘는 주도 여럿인데요, 일리노이 533명, 텍사스 485명, 플로리다 480명, 바로 위에 붙은 조지아가 455명, 워싱턴DC가 248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5월17일 첫 환자가 보고됐습니다.
미국에서 원숭이 두창 발병 사례는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미국 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일은 없고 원숭이 두창이 쉽게 발생했던 지역에서 수입한 동물이나 여행한 사람이 옮긴 것으로 파악됩니다.
올해 이전에 발생했던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해 11월 중순 나이지리아를 방문했던 메릴랜드 주민의 사례가 있습니다.  이에 앞서 7월에도 역시 나이지리아를 방문했던 텍사스 주민이 걸렸고요. 2003년에는 모두 6개 주에서 47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는데요. 이는 당시 가나에서 수입된 소형 포유류 동물 인근에 집을 두고 있던 애완동물이 감염되면서 이 애완동물과 접촉한 사람들이 발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이 발병 사례는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원숭이 두창에 인간이 감염된 첫 사례로 보고됐습니다.

세계적으로는 유럽과 미국에서 가장 환자가 많습니다. 유럽에서도 스페인이 4577명으로 환자 수 1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고 이어 영국이 2759명, 독일 2724명, 프랑스 2054명 순입니다.
한국은 확진자가 1명으로 나옵니다.

그러면 원숭이 두창에 감염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요?
일반적으로 열이 나고 두통이 있으며 근육통과 척추통, 오한, 림프절이 붓는 증상이 있습니다. 목이 따갑거나 코가 막히고 기침을 하는 등 호흡기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요, 생식기 주변이나 배꼽, 그 외에도 손이나 발, 얼굴, 가슴, 입 부위에 발진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 발진은 가렵고 통증을 동반하는데요. 때론 여드름이나 뾰류지로 오해되기도 합니다.
원숭이 두창 증상은 보통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3주 안에 나타납니다. 독감 같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인 경우 보통 하루에서 나흘 안에 발진이 시작된다고 하네요. 이런 증상들은 일반적으로 2~4주 정도 지속합니다. 발진이 부풀어 오르고 고름이 터진 뒤 딱지까지 떨어지고 새살이 돋으면 치유된 것으로 봅니다. 새살이 돋기 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원숭이 두창은 지금은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천연두와 사촌지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천연두 백신을 맞으면 원숭이 두창도 예방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미 지난 1980년 천연두가 사라지면서 백신 접종도 중단됐기 때문에 지금 나이 50대 밑으로는 천연두 백신을 맞은 사람이 거의 없어 더 감염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환자의 다수가 남성 동성애자여서 일부에서는 동성애자만 걸리는 병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랍니다.  확진자와 밀접접촉해서 얼마든지 걸릴 수 있는 병입니다. 최근에는 어린아이들이 걸린 사례도 나오고 있지요.
보건당국이 긴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확진자와의 밀접접촉으로 동성애자가 아닌 일반인 사이에서도 빠른 속도로 감염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여기에 더해 이 병이 치명적인 병은 아니라고 여겼는데 최근에는 여기저기서 사망자까지 나오자 보건당국에서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캘리포니아는 1일자로 주 정부 차원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했고요, LA카운티 정부는 2일 바로 이어서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같은 날 LA 인근에 있는 롱비치에서는 처음으로 어린이 감염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는데요. 전국적으로도 5건 밖에 없는 드문 사례이고 캘리포니아에서 어린이가 감염된 사례는 이번이 두번째라고 합니다.
한편에서는 각급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때와 비교할 때 훨씬 빠르게 대처에 나서는 느낌이 있다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동성애자를 포함한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보건 이슈에 민감해진 유권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기도 하는데요.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투표 참가율이 높고 어느 한쪽으로 표를 몰아주는 경향이 있어 미국의 정치인들은 이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게 사실이어서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는 에이즈가 처음 발생했을 때와 비슷한 두려움과 혼돈에 빠져 있다고 하네요.

지금까지의 상황을 기본으로 판단해보면 앞으로도 한 동안은 원숭이 두창 확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하지만  천연두 백신이 이미 개발돼 대량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고 코로나19와는 달리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감염될 확률이 현저히 낮은 점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당분간은 감염된 환자나 동물과의 직간접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도 철저히 지키며 조심하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