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한인 유튜버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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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튜버꿈튜버 코너 주인공들은 통상 미주 출신 한인 유튜버들입니다. 밝고 재미있는 사연들이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이번주는 유쾌한 이야기를 전하기가 어렵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죠. 무차별적 폭격으로 수천 명의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비극을 전세계가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습니다. 74번째 유튜버로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한인을 소개하려 합니다. 스물 다섯에 우크라이나로 유학 가서 4년여 살면서 대학에선 러시아어를 배우고, 학교 밖에서는 어학당 교사로 한국어를 가르쳐온 우태규씨입니다. 현재 카자흐스탄으로 피신해 있는 그의 유튜브 채널 ‘우프리 TV’에는 어학당 제자들이 전하는 우크라이나 현지의 참상이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호소는 절규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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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규씨는 한국에서 대학 3학년 재학중에 자퇴하고 우크라이나로 갔다고 합니다. ‘1년만 버티면 졸업인데 그냥 졸업은 하지 그랬느냐’는 주변의 만류가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고 해요. 자퇴 전 떠났던 첫 해외 여행지가 우크라이나였는데요. 3개월간 머물면서 한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열망이 가슴에서 끓어올랐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한국에 귀국한 뒤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2018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있는 국립외국어대학교 러시아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했습니다. 그 후 우크라이나에서의 삶은 가슴 뛰는 경험 그 자체였다고 해요. 우연한 기회에 현지 한인이 운영하는 어학당에서 한국어 교사 제의를 받았고 2020년부터 우크라이나 학생들을 가르쳐왔죠. ‘재미있고 쉽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현지 삼성연구소에서 직원들에게 한국어 과외를 해달라는 제의까지 받게됐다고 해요. 온라인으로도 우크라이나 전국에 한국어를 가르치다보니 어느새 현지에서 우리 말과 문화를 앞장서 알리는 역할을 도맡게 되었죠. 유튜브도 시작해 한국어 수업 장면을 찍어 현지 한국어 열기를 전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문화와 음식을 알리는 콘텐츠를 올려왔습니다.

그러던 그에게 지난달 가슴 철렁하는 소식이 전해졌죠.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커지면서 현지 한국인들에게 피신 권고가 내려진 겁니다. 그는 다른 유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짐을 싸서 지난달 21일 카자흐스탄으로 긴급 피신했죠. 출국 외국인이 한꺼번에 몰린데다 혹한까지 겹쳐 20시간을 공항에서 대기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는 안전하게 대피했지만, 빠져나오지 못한 제자들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그에겐 제 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죠. 공포에 질린 제자들이 스마트폰으로 보내온 현지 소식을 그는 속속 유튜브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의 제자 루나가 지난 28일 태규씨에게 전한 폭격 그 이후의 상황을 요약했습니다. 끝까지 읽어보시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안녕하세요. 루나입니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일상이었어요. 출근을 했고, 퇴근 후엔 한국어 수업을 들었죠. 전 한국의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워왔어요. 그런데 어제(24일) 새벽에 제 모든 꿈과 희망은 산산조각 나버렸어요. 우크라이나로 러시아군대가 쳐들어왔기 때문이죠. 푸틴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지역을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군대를 파견한다고 발표했죠. 하지만 이건 거짓말입니다. 아무도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 사람이고 그리고 그곳은 우리의 땅이고 우린 결코 전쟁을 원하지 않았어요. 푸틴은 위협을 하다가 결국 폭격을 가했어요. 우크라이나인 그 누구도 우리가 공습을 당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습니다.
어제 새벽 5시에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했습니다. 키이우에 사는 저는 새벽 5시30분 굉음에 깼고 처음엔 무슨 일인지 몰라 멍하게 있다가 다시 잠을 청했죠. 얼마 후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엄마가 사는 빈니차(vinnitsya)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면서 전쟁이 났다고 했어요. 무서워서 공황상태에 빠졌죠. 정신을 차리고 일단 대피하기 위해 짐을 챙겼어요. 곧 사이렌 소리가 계속 들렸죠. 5분 거리의 지하철로 뛰기 시작했죠. 정말 무서웠어요.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죠. 잠은 어디서 자야할 지, 어디서 끼니를 해결해야 할지, 어디서 씻어야 할지, 내 직장은 어떻게 될지, 내일은 어떤일이 벌어질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말이죠.

제 친구가 조금 안전한 도시에 있는 부모님댁으로 간다고 해서 같이 키이우를 떠났습니다. 키이우를 떠나는 수많은 차 때문에 1시간이면 되는 거리를 3시간 걸려 도착했죠. 차 타고 가는 동안 키이우 외곽을 지나는데 멀리서 탱크가 보였어요. 정말 무서웠습니다.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지만 저희는 밤에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쪽잠을 자고 어떤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계속 뉴스를 봤어요.
지금 몇몇 외국뉴스에서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군대만 공격한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들은 무차별적으로 폭격을 가하고 있어요. 주거지에 폭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에요. 지금 키이우 주거지는 불타고 있어요. 왜 저희가 이런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우리는 평화를 원해요. 우린 그저 엊그제와 같은 평범한 삶을 원한다구요. (울음)

다시 키이우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돌아가게된다고 해도 제 집이 남아있을지조차 모르겠어요. 임차해서 살고 있는 아파트지만 제 집이에요. 전 정말 간절하게 원해요. 전쟁이 끝나고 다시 평화롭게 살 날을요.
지금 너무 무서워요. 정말 무서워요. 매일 저희는 실시간으로 뉴스를 보고 있습니다. TV, 스마트폰으로 매초마다 뉴스피드가 업데이트 되고 있어요. 정말 걱정되고 친구들이 많이 걱정됩니다. 제 친구들이 지금 군대에서 우리나라를 지키고 있어요. 러시아군이 병원에 총을 쏘기 시작해서 많은 아이들이 죽어갔어요. 가게에선 음식이 다 없어졌죠.
아직 많은 친구들이 키이우에 남아 있고 몇몇 사람들은 또 폭격이 일어날까봐 지하철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하루 빨리 상황이 좋아지길 바라고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가짜뉴스들은 믿지 마세요. 우크라이나를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