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푸틴의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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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결국 24일(현지시간) 새벽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가혹한 제재’ 경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미사일 공격에 이어 지상군을 투입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 배경, 그리고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언제 어딜 공격한 거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현지시간으로 오전 5시50분 긴급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위협을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특별작전을 선언했습니다. 이 발표 직후 러시아군은 곧바로 우크라이나 공격에 나섰는데요. 동부와 북부, 남부 등 3개면을 통해 동시다발 공격을 펼치며 진격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선 러시아군의 지원을 받는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방어선을 뚫고 6~8km 진군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남부에선 러시아가 지난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를 통해 진입한 러시아 공수부대와 기갑부대 등이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에 입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군은 또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 쪽에서 남쪽으로 진군하며 국경에서 멀지 않은 우크라이나 북부의 체르노빌 원전을 점령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초정밀 미사일로 우크라이나의 군공항, 지휘통제실 등 군 인프라도 타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이를 확인했죠.

그럼 전면전이 벌어진거야?

푸틴 대통령은 군사 작전을 시작하면서 “친러시아 반군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우크라이나 점령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는데요. 현재 교전은 돈바스 지역 일부에서만 벌어지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러시아 지상군이 우크라이나 동, 남, 북쪽에서 진입한 만큼 돈바스에 한정된 작전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전면전을 벌였다”고 주장했죠.

피해가 클텐데 상황이 어때?

러시아측은 이날 감행한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내 83곳의 지상 군사시설이 기능을 잃었다면서도 “도시나 군사기지 내 막사, 주택 등 비전투시설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공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 무려 160발 이상의 미사일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올렉 랴슈코 우크라이나 보건장관은 러시아군 공격 첫날에 우크라이나인 57명이 사망하고 169명이 부상했다고 밝혔습니다. 사망자중 최소 10명이 일반 시민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군도 “루간스크에서 적군 50명을 죽이고 러시아 전투기 6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지만 러시아군은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새벽에 전쟁이 터졌으니 나라 전체가 난리도 아니겠네

새벽부터 포성과 폭발음이 울렸으니 그 공포는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놀란 시민들은 폭발음을 들으면서 인근 지하철역으로 대피했다고 합니다. 폭격을 피하려 기차나 자동차로 도시를 앞다퉈 빠져나가려는 ‘엑소더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러시아군은 동, 북, 남쪽 3개면을 통해 공세를 펴고 있는데요, 그래서 피란 인파가 온통 서쪽으로 몰리는 바람에 주요 도로가 교통 체증으로 마비된 상태라고 합니다. 우크라이나 서부 중심 도시 리비우로 향하는 주요 4차선 도로에서는 밀려든 차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수십㎞까지 늘어질 정도였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습니다. 차가 없는 시민들은 공항과 버스 정류장 등을 찾았지만, 피란이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공항을 찾은 한 주민은 로이터통신에 “오늘 키예프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로 가려고 했는데, 전쟁이 격화돼 비행편이 전부 취소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대피를 하기 전 현금을 챙기려는 이들로 현금인출기 앞은 길게 줄이 늘어섰고 시내 슈퍼마켓과 식료품점에는 식량과 생필품을 사러 온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어?

우크라이나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유엔과 국제사회에 최대한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서방 정상과 잇따라 통화하며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요청했죠. 또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모든 안보·국방 요소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라며 “조국을 지키려는 누구에게나 무기를 지급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군사력이 약하다고 들었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압도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러시아는 정규군이 90만 명으로 세계 4위 수준이고 무기체계 등도 푸틴 대통령 취임 후 꾸준히 개량해 왔습니다. 우크라이나 정규군은 36만명으로 일부 최신무기만 갖췄죠. 러시아는 이번 군사작전을 위해 최신 무기와 함께 최대 20만명을 배치했습니다.

상황이 그런데 미국이나 서방은 뭘하고 있는거야?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러시아를 상대로 고강도 제재의 칼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의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와 함께 항공우주를 비롯한 산업 전반에 직접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수출 통제 등이 골자입니다. 푸틴 대통령 측근을 비롯해 러시아 지도층 인사에 대한 추가 제재도 포함됐죠.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제재로 러시아에서 가장 큰 스베르방크와 VTB 등 두 은행을 포함한 90여개 금융기관이 미국 금융 시스템을 통해 거래할 수 없게 됩니다. 러시아 금융 기관들은 전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460억달러 규모의 외환 거래를 수행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80%가 미국 달러로 이뤄진다는 게 재무부의 설명입니다. 자산 기준 러시아 전체 은행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들 두 은행에 대한 제재로 이 같은 거래가 대부분 불가능해졌다고 재무부는 밝혔죠. 또 러시아 3위 금융기관이자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회사인 가즈프롬과 긴밀한 연관관계에 있는 가즈프롬방크를 비롯해 7위 은행인 오트크리티예, 민영 금융기관으로는 세번째 규모인 소브콤방크, 러시아 국방 관련 핵심 금융 기관인 노비콤방크 등도 핵심 제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특히 오트크리티예와 소브콤방크, 노비콤방크 등 3개 금융기관의 자산을 합치면 800억달러에 달해 제재에 따른 후폭풍 효과 역시 상당할 전망입니다.

제재일 뿐이지 적극적인 개입은 아니잖아?

맞습니다. 미국, 서방 모두 군사적 개입은 아직 하지 않았죠. 바이든 대통령은 군사 옵션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지상군 파병에 관한 질문에도 “그건 테이블에 없다”고 말한 바 있죠. 그 이유를 지난 11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찾을 수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총을 쏘기 시작하면 세계대전이 벌어진다”고 우려했습니다.

러시아는 도대체 왜 우크라이나를 공격한거야?

푸틴 대통령은 이번 군사작전을 명령하면서 그 목표가 우크라이나의 ‘탈군사화’와 ‘탈나치화’라고 천명했습니다. 탈군사화란 우크라이나의 주요 전력을 무력화하는 것을 의미하고, 탈나치화는 돈바스 지역 주민 등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들을 탄압하는 데 앞장선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우크라이나 집권층을 척결하는 것을 뜻합니다. 러시아의 최종 목표는 결국 우크라이나 주요 군사시설 타격으로 군사력을 무력화시킨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정권을 몰아내고 친러 정권을 세우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서방 정보기관 관리는 AFP 통신에 “우크라이나의 대공 방어가 사실상 제거됐다”면서 “러시아 병력이 키예프로 진격해 수도를 장악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탈군사화, 탈나치화라니 남의 나라에 러시아가 무슨 자격으로 침공한다는거야?

돈바스 지역에 대한 설명부터 드릴게요.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돈바스 지역은 친러 성향 분리주의 세력이 2014년부터 장악한 곳이지만 엄연히 우크라이나 영토입니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러시아 국경에 접해 러시아의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이들이 많죠.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 자신들도 독립하겠다며 국가 수립을 선언하고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8년째 저강도 내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번 공격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성향 분리주의 세력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지역을 우크라이나가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공격을 감행한 것이죠.

돈바스가 얼마나 중요하길래 공격까지 한거야?

이번 러시아 침공의 배경은 사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기위한 것입니다. 나토는 구 소련 해체 이후 동유럽 14개 국가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데 성공했죠. 러시아로서는 나토의 동진에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데요. 만약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서방의 첨단 무기가 러시아의 턱 밑에 배치되는 셈이 됩니다. 러시아로서는 반드시 저지해야 할 상황이 된 거죠. 침공전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에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지 않겠다는 것을 문서로 명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나토의 동유럽내 군사력 배치를 1997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것을 요구했죠. 물론 미국과 서방은 이를 거절했죠.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없는거야?

현재로서는 밝지 않습니다. 원래 24일 미국과 러시아는 외교장관 회담을 예정했으나, 러시아의 침공으로 회담은 취소됐고 양국의 정상회담도 무산됐죠. 서방과 대화의 채널은 열려있는 상황이긴 합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4일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하는데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뒤 푸틴 대통령과 통화를 한 서방 정상은 마크롱 대통령이 처음입니다. 대통령실은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먼저 이야기를 나눈 뒤 푸틴 대통령과 통화해 러시아의 군사 작전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고 이날 대화 내용을 설명했는데요. 이미 공격의 칼을 빼든 푸틴에게 이 요청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