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남은 한인의 전쟁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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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튜버지난주 꿈튜버 주인공을 기억하시는지요. 우크라이나 키이우 국립외국어대학교에 재학중인 한인 유학생이자 한국어학당 교사인 우태규씨였습니다. 현재 카자흐스탄으로 대피해 있는 우씨는 현지에서 제자들이 보내온 안타까운 호소를 영상으로 제작해 올리고 있죠.
75번째 꿈튜버 역시 우크라이나의 한인 유학생인데요. ‘모지리’라는 예명을 쓰고 있는 분입니다. 채널명은 ‘모지리 in 우크라이나’입니다. 연달아 우크라이나 한인 유튜버를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우크라이나를 응원해주시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또 모지리님도 누구보다 응원이 필요합니다. 아직 우크라이나 현지에 남아 혼자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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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리님이 유튜브를 시작한 것은 열흘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전쟁이 터진 지 나흘만인 지난달 28일부터 지금까지 12개의 영상을 올렸는데요. 제목은 ‘우크라이나에서 쓰는 일기’입니다. 마치 전쟁 일기처럼 매일 현지 상황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죠. 동영상에서는 사이렌 경보가 울리면 곧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상공을 휘젓고, 이내 폭격 소리가 이어지는 공포스러운 삶이 일상처럼 담겨있습니다. 폭격으로 무너진 시내의 5층 호스텔, 화염에 휩싸인 방송국 수신탑, 방공호로 변한 지하철 승강장 등 전쟁터가 된 수도 키이우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모지리님은 여러가지 말못할 사정 때문에 키이우에서 아직 대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폭격 공습이 울리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지하 대피소로 피신했다가 해제 경보가 나면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는 반복된 삶을 살고 있죠. 박격포탄이 떨어져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마켓을 찾습니다. 모지리님도 마찬가지인데요. 하지만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아 번번이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먼 곳에 있는 아시안 마켓까지 걸어가 2시간 반을 기다린 끝에 라면 같은 비상 식품을 살 수 있었다고 합니다.
모지리님은 몇년전 필리핀 대형 화산이 폭발할 당시에도 그 근처에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재난 상황에 그나마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합니다. 그리고 생후 2개월 된 애완 고양이 윤기가 큰 위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모지리님이 올린 현지 영상중엔 섬뜩한 장면도 있습니다. 키이우 시내의 한 아파트 CCTV 녹화 영상인데요. 한무리의 무장 군인들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는 장면입니다. 모지리님은 “정부에서 주의하라는 공지문과 함께 보내온 영상”이라면서 “러시아 특수부대가 우크라이나 군인으로 위장해 주민들을 상대로 약탈을 시도하는 모습”이라고 전했습니다. 9일에 올린 가장 최근 영상은 피난 열차가 출발하는 기차역으로 가는 지하철 내부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요. 여섯 살 난 딸 엘리자베스와 함께 피난길에 오른 부부와 나눈 대화가 수많은 이산가족들의 사연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딸은 전쟁을 모른다. 아이에겐 여행가자고 해서 폴란드로 떠나는 길이다. 아내와 딸만 보내야 한다. 우크라이나 남자들은 징집령 때문에 나라를 떠날 수 없다. 또, 나이든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나는 남아야 한다.”
9일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는 한인은 모지리님을 비롯해 34명이라고 합니다. 부디 다들 안전히 피신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