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정리한 사진 1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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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해를 정리한 뉴스의 마지막 편이 될 듯합니다. 이번 뉴스레터는 ‘장면’들입니다. 많은 말들을 함축하고 있는 순간들이죠. 로이터 통신은 지난 한해 미국이 겪어온 길을 ‘2021년 미국내 100장의 사진(100 photos from America in 2021)’이라는 제목으로 정리했는데요. 이중 12개의 사진을 뽑아 간략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그날 그 장면들 1월부터 시간순으로 함께 보시죠.

①의회 폭동(1월6일)

지난해 11월3일 치러진 대선 결과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1월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사상 초유의 사건입니다.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 과정에서 6명이 사망했으며, 시위자들의 난입 사태는 주방위군과 연방경찰이 투입된 끝에 4시간 만인 5시 40분에야 정리됐습니다. 스스로 ‘독립투사’라고 굳게 믿지 않고서야 이런 일을 벌이기는 힘들지 않았을까요.

②1년만에 만난 노모

코로나19로 요양시설 방문이 오랜 기간 금지됐었습니다. 한인들도 노인병원에 계신 부모님들을 찾아뵐 수가 없었죠. 생이별이었지만 감염에 취약한 노인들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습니다. 방문이 허용된 것은 본격적으로 백신이 접종되고 나서였죠. 사진은 지난 3월30일 워싱턴주 시애틀의 ‘니케이 매너’라는 요양시설에서 98세 요시아 우오모토 할머니가 아들 마크 부부와 1년만에 재회하는 장면입니다. 깜짝 놀라는 할머니의 표정과 벽에 붙여진 자식들 사진을 보면서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좀 더 자주 전화해야겠다는 생각을 또 해봅니다.

③사라진 바이든

고령(79세)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건강에 대한 걱정들을 많이 들어야 했습니다. 사진은 3월19일 바이든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 오르다 발을 헛디뎌 중심을 잃은 장면입니다. 왼쪽 무릎 아래로 다 바닥에 닿을 정도였는데 다행히 바이든 대통령은 다시 몸을 추슬러 계단을 다 오르고는 거수경례를 하고 기내로 들어갔었죠.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재선에 나선다면 83세가 됩니다. 본인의 의지여부와 상관없이 민주당 쪽에선 대안 후보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죠.

④쇼빈 22년 6개월형

지난해 전세계를 뒤흔든 사건이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했었습니다. 지난해 5월25일 2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로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한 백인 경관이 무릎으로 플로이드의 목을 9분 29초간 짓눌러 숨지게 했죠. 당시 목을 누른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차별 반대시위가 전국에서 확산했었습니다. 플로이드의 목을 누른 데릭 쇼빈(45) 경관이 사건 발생 1년여 만인 지난 6월 22년 6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었는데요. 사진은 선고에 앞서 4월20일 미네아폴리스 법정 앞에서 쇼빈에게 유죄 평결이 내려진 뒤 한 흑인 시위자가 환호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⑤인재…무너진 생명들

6월24일 목요일 한밤중이던 새벽 2시 마이애미의 서프사이드에서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이 들렸습니다. 1981년에 지어진 콘도미니엄 형태의 12층 아파트 ‘챔플레인 콘도미니엄스 사우스 타워’가 순식간에 무너졌죠. 전체 136가구 중 55가구가 무너진 아파트 잔해 속에 파묻혔는데요. 90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였죠. 결혼 60주년을 앞두고 나란히 시신으로 발견된 노부부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3년 전 2018년에 이미 점검에서 심각 손상 진단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인재였음이 드러났습니다.

⑥네바다 가뭄

매년 서부의 가뭄은 ‘역대 최악’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국내 최대 저수지인 콜로라도강 미드호의 물 부족 사태를 사상 처음으로 선언했습니다. 미드호는 1930년대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 경계에 있는 후버 댐을 건설하면서 만들어졌죠. 미드호는 LA, 샌디에이고, 라스베이거스, 피닉스 등 미 서부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2500만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합니다. 당국에 따르면 올해 여름 초 콜로라도강 유역 저수지의 수위는 22년 연속 이어진 가뭄으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콜로라도강의 총저수량은 현재 전체 용적의 40% 수준으로, 1년 전의 49%와 비교해도 크게 감소했다고 합니다. 사진은 지난 6월9일 후버댐의 모습입니다. 물에 잠겨있어야 할 벽이 하얗게 말라있습니다.

⑦다리 밑 이민자

올해에도 미국 국경은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이민자들의 행렬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특히 텍사스 델 리오 시와 멕시코를 연결하는 다리 밑에는 난민촌이 만들어지기도 했죠. 9월16일 현재 기준으로 1만명이 넘는 이주민들이 이곳에 몰려들었습니다. 이민자들 대부분은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인들이었습니다. 불안한 자국 정세와 지진으로 인한 피해로 먹을 것과 희망을 찾아 막연히 미국 땅을 찾아왔죠. 이들 무리의 무모할 정도의 간절함은 9월19일에 찍은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⑧국경 단속

‘올해의 사진’으로 꼽을 수 있을 장면입니다. 지난 9월19일 텍사스 국경에서 국경 순찰대 일부 요원들이 말에 올라탄 채 가죽 고삐를 들고서 난민을 위협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기마 순찰대원들은 텍사스 리오그란데강을 넘은 난민들을 향해 돌진했고 일부 요원은 가죽 고삐를 돌리며 난민을 체포하려 했습니다. 이 사진이 공개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정책이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책임 회피만 있었을 뿐 정부의 사과는 없었습니다. 민주당은 22일 인권을 무시한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다고 비판했고, 공화당은 정부가 급증하는 이민자들을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⑨아기의 가쁜 호흡

12월27일 현재까지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미국인은 81만명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로이터통신이 지난 10월5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카디널글레넌 아동병원의 코로나19 병동에서 촬영한 사진 한장이 부모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올해 두돌을 넘긴 에이드리언 제임스인데요. 코로나19에 감염돼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장면입니다. 아이를 살릴 수만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부모는 하지 않을까요. 만약 에이드리언의 엄마가 ‘코로나19가 가짜’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할까요.

⑩나 정말 화났어

두살 아기가 가쁜 호흡을 몰아쉬고 있는 사이 뉴욕시 소방관들은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뉴욕시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였죠. 10월28일 뉴욕시에서 찍은 사진속에서 소방관들은 ‘나 정말 화났어(I AM VERY ANGRY)’라는 문구를 들고 웃고 있습니다. 이 문구는 에이드리언의 엄마를 비롯해 코로나19에 감염돼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의 가족들이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닌가 합니다.

⑪카일 리튼하우스

2021년에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형사재판이 여러건 있었습니다. 앞서 플로이드 살해 혐의로 지난 4월에 쇼빈 전 경관에게 내려진 유죄 평결도 그중 하나입니다. 11월에도 논란의 재판이 있었는데요. 지난해 8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백인 청년 카일 리튼하우스(당시 17세) 재판입니다. 11월19일 위스콘신주 커노샤 카운티 법원의 배심원단은 리튼하우스에게 무죄를 평결했습니다. 이 평결로 인종 문제에 ‘총기 규제’와 ‘정당 방위’ 주장까지 뒤엉켜 충돌하면서 미국은 또 몸살을 앓아야 했습니다.

⑫믿기지 않는 토네이도

12월10일 수십개의 토네이도가 중부지역을 초토화시켰습니다. 켄터키 등 6개 주를 휩쓸어 최소 90여 명의 사망자를 냈죠. 기상학자들은 100년 만에 가장 큰 피해를 준 ‘최악의 토네이도’를 부추긴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에서 토네이도는 가을·겨울에 상대적으로 드물었는데요. 중부에서 발생한 이상 고온과 라니냐(저수온 현상)가 대규모 토네이도가 생성되는 데 이상적인 조건을 제공했다는 분석입니다. 사진은 12월19일 피해 지역인 켄터키주 메이필드로 돌아온 심스 자매가 무너진 본인들의 집을 보면서 탄식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집 건너편에 있는 무너진 극장 뒷쪽에서 찍은 사진은 마치 무대위에서 상영되는 재난영화처럼 보입니다. 자매는 로이터 통신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현재 고마워해야 하는 것들을 당연히 여기고 있다. 항상 옆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이젠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