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탕의 남성, 유혈충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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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타운 #여탕에 남자가 #“난 여자”

지난 주말 LA한인타운의 찜질방이 전국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윌셔가에 있는 대형 찜질방인 위스파(Wi Spa)가 남성 트랜스젠더의 여탕 출입을 허용한 문제를 놓고 지난 3일 오전 11시 업소 앞에서 찬반 시위대가 서로 무력 충돌해 유혈 사태까지 벌어졌죠. 양측을 합쳐 수백 명이 대립했는데요, 집단 폭행을 당한 한 시위 참가 남성은 귀가 찢어져 셔츠가 피로 물들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죠. 시위대 중 일부는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경찰은 최루액을 뿌리고 공포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습니다. 이날 유혈 충돌은 CNN, NBC, ABC, LA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물론 데일리매일, 인디펜던트 등 영국 매체들까지 집중 보도해 주목을 받았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사건을 정리했습니다.

시위가 왜 벌어진거야?

타운 한복판에서 수백명이 충돌해 유혈사태까지 빚게된 것은 앞서 지난 26일 SNS에 올라온 동영상 하나로 비롯됐습니다. 위스파 측이 트랜스젠더라고 주장한 남성의 여탕 출입을 허용했고, 이에 여성 손님들이 환불을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하는 내용의 영상입니다.
‘쿠바엔젤’이라는 여성이 올린 이 영상은 불과 이틀만에 수십만명이 지켜봤고, 유명인들이 이를 공유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습니다.
영상을 찍은 여성은 위스파 카운터 앞에서 직원을 향해 “남성이 여성 전용 구역에 들어와도 괜찮다는 겁니까? 아직 어린 아이들도 있는데 그 앞에서 성기를 그대로 드러내도 괜찮다는 겁니까? 위스파는 그걸 허용한다는 겁니까? 그 말입니까?”라고 격하게 항의했습니다. 이에 업소 직원이 “성정체성 때문”이라고 답했죠. 그러자 이 여성은 “성정체성이 무슨 말이에요? 전 남성 성기를 봤다니까요! 그 사람은 남자에요. 여성이 아니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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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말이돼? 어떻게 남자가 여탕에 들어가?

이성애자(heterosexual)의 입장에선 펄쩍 뛸 이야기가 맞습니다. 그런데 여탕에 출입한 남자는 본인의 성정체성을 트랜스젠더라고 밝혔습니다. 트랜스젠더의 정의를 들어보시면 그 남자의 사고방식을 아실 수 있습니다. 흔히들 트랜스젠더를 동성애자와 같다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트랜스젠더의 사전적 정의는 ‘자신의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이 반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스스로 여자라고 생각하고,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동성애자들은 본인의 육체적 성을 부정하지 않고 같은 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트랜스젠더와는 구별되죠. 트랜스젠더들의 상당수가 성전환 수술을 합니다만, 수술을 거부하거나 비싼 수술비용 때문에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스파 여탕에 들어간 남성은 수술을 거부하거나 못한 경우에 해당되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자를 어떻게 여탕에 들여보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타운 찜질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타운내 다른 찜질방에서도 남성 트랜스젠더의 여성 구역내 나체소동으로 여성 손님들이 들고 일어선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 트랜스젠더는 여탕 안에서 다리만 탕 안에 담근 채 걸터 앉아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성기가 다 노출됐죠.

그러니까, 왜 업소들이 트랜스젠더 입장을 허용하냐고 

캘리포니아주의 차별금지법 때문입니다. California Civil Code 51조의 (b)항이 그 근거인데요. 아래와 같습니다.
“모든 캘리포니아의 주민은 평등하다. 성별,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국, 장애 여부, 건강상태, 혼인 여부, 성적 정체성, 시민권 여부, 모국어, 체류신분 등과 상관없이 모든 업종, 시설안에서 동등한 편의, 이익, 편리, 특권, 서비스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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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의도는 알겠는데, 차별금지 때문에 거꾸로 역차별 당할 수도 있는거잖아?

그렇죠. 이 차별금지법을 근거로 종종 소송이 제기되기도 하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웨딩케이크’입니다. 지난 2013년 오리건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멜리사ㆍ애런 클라인부부는 레즈비언 커플의 결혼 케이크 제작 주문을 거절했다가 13만5000달러의 벌금을 선고 받았죠. 부부는 항소를 제기했고, 그 후 6년 뒤인 지난 2019년 연방대법은 클라인 부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이 부부에게 보장된 수정헌법 1조 종교ㆍ자유의 권리를 인정한 했습니다. 쉽게 말해 동성결혼에 대한 차별금지법보다 이 부부의 종교적 자유가 우선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부부는 소송에서 승리했지만 6년 간 힘든 세월을 보냈습니다. 동성애자들의 강력한 항의에다 구매반대운동까지 겪어야 했죠. ‘차별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업주 입장에선 사업을 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위스파 역시 유사 소송에 따른 피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시위가 왜 격화된거야?

원래 이날 트랜스젠더의 업소 출입을 허용한 위스파에 반대하는 시위가 오전 11시에 예정됐었다고 합니다. 이에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단체가 맞불 시위를 예고했죠.
시위가 시작되자 보수 단체는 “우리 아이들을 구하자”는 구호를 외쳤고 성 소수자 권리 옹호 단체는 보수 단체를 향해 “트랜스젠더 혐오주의자”라고 소리쳤습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만, 양측의 시위는 애초부터 평화롭게 진행되기 어려웠습니다. 과격 행동들을 일삼는 양극의 단체가 시위에 참가했기 때문입니다. 보수단체쪽엔 극우음모론 집단인 ‘큐어넌(Qanon)’이, 성소수자 옹호쪽엔 극좌 과격단체인 ‘안티파(Antifa)’가 가세했죠. 특히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안티파들의 규모는 보수단체 시위자들의 수를 압도했습니다. 보수단체 시위자들은 성경 구절 등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거나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었는데요. 이들이 구호를 외치면 안티파 세력이 떼를 지어 달려가 이들을 집단폭행하는 장면이 여기저기서 연출됐습니다.
결국 이날 시위 현장은 위스파가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보장한 것처럼 일반 여성 손님들의 권리도 보장해달라는 애초 의도는 사라지고, 양쪽으로 갈린 이념 충돌의 장이 되고 말았죠.
성소수자들의 권리, 어디까지 보호되어야 할까요. 또 이 권리와 충돌한 이성애자들의 권리는 어디까지 보호받아야 할까요. 어려운 난제가 충돌한 현장이었습니다. 현장 영상 마지막으로 보시죠.
시위현장 동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