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탕의 남성,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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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없었다 #위스파 #의혹

지난호 뉴스레터에서 정리해드린 위스파(Wi Spa) 트랜스젠더 출입 논란 기억하시죠?
LA한인타운의 유명 찜질방인 위스파가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남성 트랜스젠더를 여성 전용 구역에 출입시켰다면서 한 여성 고객이 지난 24일 SNS에 항의 동영상을 올렸었죠. 영상은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했고 1주일 뒤인 지난 주말 위스파 앞에서 찬반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양 시위대가 폭행을 휘둘러 유혈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애초 시위는 성소수자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일반 여성 고객이 역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에 초점이 맞춰져야 했었지만 결국 이념 갈등의 현장으로 변질됐죠.
시위 그 후, 논란은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SNS에서 두 가지 주장이 다시 충돌하고 있죠. 그날 위스파에 트랜스젠더는 없었다는 주장과 지난해 1월에도 위스파에서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는 또 다른 여성 고객의 주장입니다. 양측의 주장 정리했습니다.

논란의 동영상 다시 설명해줘

동영상은 ‘쿠바나엔젤(cubanaangel)’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타인종 여성이 지난 24일 트위터에 올렸었죠. 영상을 찍은 여성은 위스파 카운터 앞에서 직원을 향해 “남성이 여성 전용 구역에 들어와도 괜찮다는 겁니까? 아직 어린 아이들도 있는데 그 앞에서 성기를 그대로 드러내도 괜찮다는 겁니까? 위스파는 그걸 허용한다는 겁니까? 그 말입니까?”라고 격하게 항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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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날 위스파에 트랜스젠더가 없었다니 무슨 소리야?

성소수자 친화매체인 ‘로스앤젤레스 블레이드’라는 인터넷 언론이 7일 제기한 의혹입니다. 매체는 “LA경찰국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위스파에 트랜스젠더 손님이 실제 있었다는 걸 뒷받침할만한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Anonymous sources within the LAPD tell the Blade they have been unable to find any corroborating evidence that there was a transgender person present on that day)”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영상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먼저 쿠바나엔젤이라는 이 여성 외에 여탕에서 트랜스젠더 손님을 목격한 사람이 없다는 점입니다. 만약 쿠바나엔젤의 주장대로 남성 트랜스젠더가 성기를 드러낸 채 여탕에 나타났다면 당시 여탕내 모든 여성 손님들이 기겁하고 밖으로 뛰쳐나오지 않았겠느냐는 말이죠.

그럼 쿠바나엔젤이라는 여자가 거짓말을 했다는 거야?

이 매체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위스파에 트랜스젠더가 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합니다. 업소측의 트랜스젠더에 대한 너그러운 영업방침에 불만을 품은 악의적 영상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영상을 올린 쿠바나엔젤이라는 여성의 트위터계정을 보면 독실한 기독교 신자임을 알 수 있는데요. 트랜스젠더가 출입하지 않는 다른 업소들 대신 굳이 위스파를 선택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도 매체는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왔다는 건 무슨 말이야?

LA블레이드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내용입니다. 지난 4일 한 여성이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 자신도 1년전 위스파에서 같은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영상부터 보시죠.
동영상 보기

피해 주장 정리해줘

이 여성은 지난해 1월 6살 딸과 함께 위스파를 찾았었는데요. “수염 난 남성이 성기를 드러낸 채 여탕에 들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모녀는 온탕에 앉아있던 상황이었는데요. 본인을 트랜스젠더라고 밝인 이 남성은 여성 2명과 함께 알몸으로 거리낌없이 욕탕에 몸을 담갔다고 합니다. 피해 여성은 “깜짝 놀라서 딸의 눈부터 가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난 민주당을 지지하고 매년 성소수자 퍼레이드에도 참가한다.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어떤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도 없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다르다. 내 딸은 6살이었다. 내 딸도 다 벗고 있었다. 그런데 남성이 내 딸의 알몸을 뚫어져라 보면서 성기를 드러낸 채 내 앞에 앉아 있다면 어떤 엄마가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나”고 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논란이 잦아질까?

지난 뉴스레터에서 말씀드렸듯 찜찔방 업소들은 트랜스젠더의 출입을 막기 어렵습니다. 캘리포니아주의 차별금지법(California Civil Code 51조의 b항) 때문이죠. 물론 업소가 트랜스젠더들의 출입을 거부할 순 있지만 긴 소송에 시달려야 합니다. 또 ‘차별주의자’라고 낙인이 찍히면 영업을 하기 무척 어려워지죠. 코로나19 규제가 풀리면서 스파 업소들도 정상 영업을 시작하고 있으니 비슷한 상황이 또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논란이 전국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으니 타 지역에서도 유사한 보도들이 계속되겠죠. 어울려 사는 사회에서 권리의 충돌은 불가피합니다. 당연히 해결책을 위한 토론이 있어야 겠죠. 하지만 권리를 논하는 자리가 이념이 부딫히는 현장이 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