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서 또 전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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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하고도 #못 막은 #테러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서방 국가를 겨냥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26일 현실화했습니다. 수도 카불 공항 외곽에서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터져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111호 뉴스레터에서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소식을 자세히 전해드렸었는데요. (111호 뉴스레터 보기)
테러가 터지면서 현지 상황은 한층 더 복잡하게 됐습니다. 관련 소식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언제 어떻게 테러가 벌어진 거야?

현지 시간으로 26일 저녁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애비 게이트와 약 250m가량 떨어진 배런 호텔에서 2차례 발생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카불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이 자국민과 현지 조력자들을 국외로 대피시키는 작업이 한창이죠. 또 2차 폭발이 발생한 배런 호텔은 서방 국가들이 카불 탈출 대기자들을 묵도록 하는 숙소로 알려있습니다. 예전에는 미국 시민의 대피를 위한 집결지로도 사용됐다고 합니다. 지난주 미국 당국은 헬리콥터 3대를 동원해 이 호텔에서 미국 시민 169명을 카불공항으로 이동시키기도 했습니다. 미국인 인명피해를 키우기 위해 선택된 장소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죠. 폭스뉴스도 미국 시민 다수를 겨냥한 공격이었을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인명 피해가 어느정도야

CBS 방송이 인용한 현지 보건당국자의 발표에 따르면 26일 밤 11시 현재(LA시간 26일 정오)까지 자살폭탄 테러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9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사망자중엔 어린이들도 포함됐고, 부상자는 최소 150명에 달합니다.
미국인 사상자도 발생했습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카불공항 폭탄테러로 미군 13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했다고 합니다.
종합하면 아프간인과 미군 등 전체 사망자는 100명이 넘습니다. 또 대규모 폭발이어서 부상자가 많아 사망자 숫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폭발이 얼마나 컸기에?

영국군 통역사로 일했던 한 남성은 가디언에 “지구 최후의 날(Doomsday) 같았다”고 당시 참상을 전했습니다. 또 다른 남성은 로이터통신에 “폭발이 일어난 순간 내 고막이 터져나가고 청력을 잃은 줄 알았다”며 “토네이도에 비닐봉지가 휩쓸리는 것처럼 시체와 신체 조각들이 공중을 날아다녔다”라고 말했습니다. ‘밀라드’라는 이름의 목격자는 공항에서 나오는 하수가 흐르는 배수로에 “사람과 사체가 쏟아졌다”며 “완전히 공황 상태였다”고 AFP통신에 말했습니다.
테러당시 동영상 보기

누가 이런 끔찍한 테러를 벌인 거야

여러 보도와 발표를 종합하면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이 총격과 함께 카불공항의 주요 출입구인 애비 게이트에서 폭탄테러를 벌인 것으로 보입니다. IS도 26일 자체 운영하는 아마크 뉴스통신을 통해 본인들이 폭탄 공격의 주체라고 주장했습니다. IS는 폭발물을 소지한 요원이 모든 보안 시설을 뚫고 미군의 5m 이내까지 접근해 폭발 벨트를 터뜨렸다고 말했습니다. 케네스 맥켄지 미국 중부사령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자살폭탄테러는 1명이 벌인 것으로 본다”면서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모른다”고 했습니다.

탈레반이 테러를 벌인 게 아니라고?

IS는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입니다. 탈레반보다 훨씬 더 극단주의적인 무장단체죠. 특히 이번 테러는 아프간 호라산(Khorasan) 지역에 거점을 둔 IS의 분파 IS-K가 배후로 알려져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테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IS-K를 지목했었죠.

IS-K가 탈레반과 뭐가 다른 거야?

지난 2015년 1월 설립된 ISIS-K는 탈레반의 파벌 다툼으로 일부가 떨어져 나와 IS에 충성을 맹세하며 탄생했습니다. 이들은 곧 아프간 동북부의 군벌 세력과 결합해 파키스탄과의 국경 지역인 난가르하르?쿠나르 주 등을 점령했고, 이 성과로 같은 해 IS 중앙 지도부로부터 공식 지부로 인정받았죠. 이들은 이슬람 공동체의 지도자를 뜻하는 ‘칼리프’를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전역으로 전파하겠다는 목표로 움직입니다. 지부명으로 내세운 호라산도 이란, 아프간, 파키스탄을 포괄하는 상징적인 지역을 의미하죠. 올해 4월까지 아프간에서만 77건의 테러를 벌이는 등 주로 개별적 테러 공격을 자행해왔습니다. 2019년 8월 카불 서부 결혼식장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해 무려 63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작년 11월에는 카불대학교에서 총격 테러를 주도해 20여명을 숨지게 했죠.

급진적이라도 해도 결국 탈레반하고 같은 편 아니야?

IS-K의 입장에선 미국 등 서구 사회와 대화를 시도하는 탈레반을 배교자로 지칭합니다. 이들에 대해 캐서린 짐머맨 미국기업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들은 자신들과 같은 비전을 수용하지 않는 사람은 모두 적으로 간주한다”며 “탈레반보다 훨씬 강경한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대피 작업에 협력해온 탈레반은 그들 입장에서는 원수나 마찬가지죠. 그래서 탈레반과는 관계가 매우 나쁘다고 합니다. 이번 테러는 탈레반을 난처한 상황에 빠뜨리는 동시에 서방 진영에 보복할 기회로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테러 가능성, 알고 있었다고 했었잖아?

지난 15일 탈레반이 예상보다 빨리 카불까지 점령하면서 서방의 대피 과정에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었습니다. 이날 카불 공항 테러에 앞서 이탈리아군 수송기가 총격을 받는 등 이상 징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일부 수송기들은 이륙과 동시에 미사일 회피용 ‘플레어(Flare)’를 터뜨리는 등 방어 비행을 해왔다고 합니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은 IS의 테러 가능성을 잇달아 경고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31일까지 서둘러 철군해야 한다고 말했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철군 시한 고수 입장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비난을 받아왔죠.

왜?

지난 24일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빠듯한 대피 시한을 문제 삼아 대피 완료 목표일을 늦추자고 제안했죠. 미국에서도 의회를 중심으로 서둘러 철군할 경우 자국민은 물론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한 현지인들을 구할 수 없다며 시한 연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로 인해 동맹의 요구를 배척하고 아프간 현지인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이날 테러가 현실화하면서 우려가 옳았음이 입증됐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뭐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레반과 합의한 철군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빨리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면서 대피 작전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했고, 결과적으로 폭탄 테러로 미군 등 상당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이죠. 미국 내는 물론 국제적인 논란 역시 가열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으로 어떻게 돼?

미국 입장에선 미국인이 희생됐으니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백악관 연설에서 폭탄테러를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소행이라고 지목하고 “끝까지 추적해 응징하겠다”며 군사 보복이라는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죠.
이날 대통령의 발언은 시종 강했습니다. “공격을 감행한 사람들을 용서하지도, 잊지도 않을 것”, “우리는 우리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선택한 시기와 장소에서 무력과 정확성으로 대응할 것”, “IS 테러리스트들은 이기지 못할 것”, “미국은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했죠. 다만 31일까지 아프간에서 미국인과 현지 조력자를 대피시키고 미군을 철수시켜 2001년 시작된 20년 전쟁을 종식하겠다는 목표는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발언은 강했지만, 대통령의 말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왜?

대피 작전에 차질이 불가피해졌죠. 철수 시한은 이제 불과 닷새밖에 남지 않았는데 목표한 인원을 모두 대피시킬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AP통신은 “12명의 미군 사망자를 낸 이날 공격은 바이든에게 더욱 걱정스러운 선택지를 남겼다”며 “더 많은 사상자를 낼 위험을 안고 대피 작전을 지속하거나, 대피시켜야 할 미국인을 남겨두고 계획보다 일찍 작전을 끝내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보복 공격에도 딜레마가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철수 조치가 아프간에서 20년간 이어진 자국 군인들의 희생을 끝내기 위한 조치라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보복에 나설 경우 또 다른 전쟁이 벌어져 더 많은 미군이 희생될 수 있기 때문이죠.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IS-K에 보복하되 희생은 최소화하는 전략을 내놓지 않으면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