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인플레와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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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드디어 금리 인상을 멈추고 기준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약 15개월 동안 10차례 연속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었는데요. 특히 지난해 6월과 7월, 9월, 11월에는 4차례 연속 파격적으로 한꺼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등 공격적인 조치를 취했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일단 숨 고르기를 하는 모습입니다.

연준은 14일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만장일치로 기준 금리를 5.00~5.25%로 유지키로 했다고 발표했는데요. 그런데 이날 발표에서 주목해야 될 부분은 연준이 올해 안에 추가적인 긴축 조치를 예고했다는 점입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올 하반기에 금리를 더 인상하는 매파적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했는데요.

연준은 성명에서 “목표 금리를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추가 정보 및 이 정보의 정책 함의에 대해 위원회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강력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이번 금리 동결이 일시적인 조치로, 향후 물가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겠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높은 상태”라면서 “거의 모든 (FOMC) 위원들이 올해 중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위원은 없다. 연내 금리 인하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물가 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둘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의 기준 금리는 지난해 3월 이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제로 수준을 유지했었죠. 그러다 펜데믹 기간 동안 너무 많은 돈이 풀린 영향 등으로 갑자기 인플레이션 위기가 닥칩니다. 연준은 이를 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준 금리를 순차적으로 인상하면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렸습니다. 지난 15개월 동안 연준이 시행한 금리 인상 속도는 1980년대 이후 가장 빠른 수준이었는데요. 그만큼 인플레이션 위협에 대해 연준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연준의 이런 노력은 다행히도 실물 경제에서 효과를 나타나기 시작했구요. 이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년 2개월 만에 최소폭(4.0%)으로 상승했고, 같은 달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1% 상승에 그치는 수치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또 고용시장의 과열 분위기도 진정되는 모습까지 더해져 이번 FOMC 회의를 앞두고 전문가 다수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었고 그 전망이 맞아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이번 달 뿐만 아니라 다음달까지도 기준 금리 동결이 이어질 수 있고 올해 안에 금리 인하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상당히 앞서가기도 했지만 연준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다르게 진단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꺾인 것은 확실하지만 여전히 목표치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가 아직도 높다는 점에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붙들어 맨 고삐를 더 죄겠다는 것이지요.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의 올해 말 금리 예상치(중간값)를 보면 이 같은 전망은 더 확실해집니다. 지난 3월 점도표 전망치는 5.1%였는데 이번에는 이 수치가 5.6%로 제시됐습니다. 이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베이비스텝 기준으로 올 하반기에 2번 정도 더 금리 인상을 할 여지를 두는 것입니다. 따라서 빠르면 일단 7월 FOMC 회의에서 베이비스텝을 한 번 밟고 추후 경제 상황을 살펴보면서 추가 인상 시기를 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 시점은 빨라야 내년 2분기, 아니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점도표에서 내년 말 기준 금리 전망치는 4.6%, 2025년말 전망치는 3.4%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점도표는 3개월마다 한 번씩 발표되는데 향후 금리 인상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됩니다.

어쨌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도 6월에 기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지 않고 동결한 것은 적절한 타이밍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파월 의장이 밝힌 것처럼 아직 지난 1년여 동안의 금리인상 효과가 충분히 스며들지 않은 데다 은행 위기 여파에 따른 신용 긴축 현상도 고려하고 넘어갈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뉴욕증시는 14일 전반적으로 좋은 분위기로 장이 진행됐으나 새 점도표가 공개된 후 일제히 급강하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향후에도 기준 금리 동결, 심지어 금리 인하까지 기대했는데 오히려 추가 금리 인상을 분명히 밝힌 연준에 대한 실망감이 컸기 때문이겠죠. 비둘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매가 튀어 나온 형국이라고나 할까요. 그럼에도 증시는 파월 연준 의장이 회견을 한 뒤 다시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결국 앞으로 추가 기준 금리 인상 여부는 그 어떤 다른 지표보다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빨리 잡히느냐에 달려있다 하겠습니다. 연준이 발표한대로 연준의 최우선 목표가 인플레를 2.0% 수준으로 다시 되돌리는 것인 만큼 관련 지수가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내려가기를 기대해 보는 것 외에는 별다른 해결책은 없어 보입니다.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더 허리를 졸라맬 각오를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