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혼자라도 미국가서 잘 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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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월경 #바이든 정부 #비상사태

최근 미국-멕시코 국경이 부모 없이 혼자 밀입국하는 아동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전 행정부와는 다르게 이민친화적 정책을 시행하자 밀입국이라도 해서 미국에 살 수 있길 바라는 아이들이 무작정 국경을 넘고 있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구금된 밀입국 아동 수는 20년 내 최대 규모로 수용시설이 부족할 정도라고 합니다. 코로나19 경기부양안 통과로 국정 운영의 탄력을 얻은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예상치 못 한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됐습니다. CNN은 남부 국경의 밀입국 급증 사태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비상사태(political emergency)’가 되고 있다고까지 지적했습니다. 국정 현안으로 부상한 나홀로 밀입국 아동의 실태를 쉽고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얼마나 심각해? 

나홀로 밀입국 아동을 영어로는 ‘unaccompanied minors’라고 부릅니다. 일단 통계부터 말씀드리면 지난 20일 현재 미국 정부가 구금중인 나홀로 밀입국 아동수는 1만5500명에 달합니다. 이 숫자는 ‘구금중인’ 아이들만 꼽은 겁니다.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죠. 이민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부모 없이 혼자 국경을 넘다가 붙잡힌 아이들 숫자는 29만 명에 달합니다.

숫자가 안 맞잖아. 29만 명이 잡혔는데 현재 1만5500명이 구금중이라면 나머지 아이들은 어디 간 거야?

통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아이들이 국경에서 체포된 뒤 절차를 말씀드려야 합니다. 아이들이 밀입국하다 붙잡히면 먼저 세관국경보호국(CBP)의 임시수용소에 머물게 됩니다. 그후 보건국(HHS) 산하 셸터로 옮겨지죠. 1만5500명은 현재 이 두 시설에 수용된 숫자를 뜻합니다. 아이들은 HHS에 머물다가 ‘보증인(sponsor)’들의 집으로 보내지게 됩니다. 보증인들이란 아동들의 가까운 친척, 가족을 뜻합니다. 이민법원에서 아이들에 대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곳에서 머물게 되죠.

원래 밀입국자들은 추방하는 거 아닌가?

맞습니다. 원칙은 그렇죠. 그런데 예외가 있습니다. 성인 보호자 없이 혼자 국경을 넘은 미성년자의 경우엔 망명 신청의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남미 국가의 부모들이 너도나도 아이들만 밀입국을 시키게 됐죠. 나홀로 밀입국 아동수가 손쓸 수 없을 만큼 폭증하게 되자 트럼프 전 행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예외없이 모든 밀입국자들을 추방시켰습니다. 이 조치로 나홀로 밀입국 아동수는 크게 줄어듭니다. 한 달만인 4월 국경에서 붙잡힌 아이들은 741명으로 10년 내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어쩌다가 다시 늘어난거야?

지난해 11월 연방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밀입국 아동 추방조치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입니다. 이 판결로 추방된 아동 숫자가 크게 줄었습니다. 판결 직전인 지난해 10월에 추방된 미성년자가 3200명이었는데요. 판결 다음달인인 12월에는 불과 3명만 추방당했다고 합니다. 항소법원은 2개월 뒤인 지난 1월 판결을 뒤집어 미성년자의 추방을 허용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예전처럼 미성년자들에게 망명의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소식에 한동안 주춤하던 아동들의 밀입국 행렬이 다시 꼬리를 물게 된 거죠. 지난 2월에 붙잡힌 밀입국 아동은 무려 9400명에 달합니다. 1년전에 비해 170% 늘어난 수치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이들끼리 국경을 넘어?

국경에서 붙잡힌 아이들의 사진들을 보면 짠합니다. 지난 14일 CBP가 공개한 사진에는 4살 오빠와 2살 난 여동생 남매가 찍혀 있는데요. 여동생은 우유병을 물고 있죠. 이 남매의 밀입국 경로가 가장 흔하다고 합니다. 리오그란데 강을 아시죠? 텍사스주와 멕시코 국경을 흐르는 강입니다. 부모들은 멕시코 국경쪽 리오그란데 강 가까이 아이들을 데리고 온 뒤 고무보트에 아이들만 태워 미국 국경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들만 보내다니 위험하잖아?

정말 무모한 선택입니다. 지난 2019년 이 강을 맨몸으로 건너다가 익사한 부녀의 사진이 충격을 줬었죠. 엘살바도르에서 온 아빠 마르티네스와 23개월 된 딸이 물가에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었죠. 어린 딸의 팔은 아빠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목을 감고 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밀입국하는 이유가 뭐야?

아이들만이라도 미국에서 살게하고 싶은 부모들의 애타는 심정이 나홀로 밀입국 아동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말씀드렸듯 미성년자들에겐 망명 신청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 아이들이 합법 체류 신분을 얻을 가능성은 의외로 높습니다. 국토안보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이후 검거된 29만명의 밀입국 아동 중 추방된 아이들은 4.3%에 불과합니다. 28%는 합법 체류를 허가받았죠. 나머지 68%는 ‘미해결(unresolved)’로 남아있는데요. 52%는 아직 망명 신청 절차가 진행중이고, 16%는 추방 판결이 났지만 아직 출국하지 않은 사례들이라고 합니다. 결국 밀입국한 아동중 거의 대부분이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에서 살고 있다는 뜻이죠.

바이든 정부, 해결책은 있나?

어려울 듯 합니다. 직면한 문제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먼저 밀입국 아동들에 대한 수용능력이 한계점에 왔다는 사실입니다. 검거된 아이들은 법적으로 CBP 임시수용소에 최대 72시간만 머문 뒤 HHS 셸터로 옮겨져야 합니다. 그런데 HHS 셸터가 만원이라 아이들은 임시수용소에 그대로 머물 수 밖에 없게됐죠. 지난 21일 현재 이 CBP 임시수용소에 10일 이상 구금된 아동 숫자가 822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임시수용소 시설이 아이들이 지내기엔 열악하다는 겁니다. 지난 주말 텍사스 CBP 임시수용소를 다녀온 연방하원의원들이 내부 사진을 공개했는데요. 아이들은 찬바닥에 매트 한장만 깔고 얇은 알루미늄 호일 구조담요로 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수용시설 확충이 가장 시급한 과제죠.
또 다른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했던 ‘미성년자도 예외없는 추방’ 조치 외에는 나홀로 밀입국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입니다. 인도주의 정책을 고수하면서도 불법 이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묘책, 바이든 정부가 내놓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