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이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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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LA 스포츠팀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미국프로풋볼(NFL)의 LA 램스(Rams)입니다. 우리말로 팀명을 ‘양떼’라고 할 수 있겠네요. 풋볼이라는 스포츠 자체가 생소하다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NFL의 결승전인 ‘수퍼보울(Super Bowl)’이라는 단어만큼은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결승전 당일은 ‘수퍼 선데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올해 수퍼 선데이였던 지난 13일 제 56회 수퍼보울에서 램스는 신시내티 벵갈스를 상대로 접전 끝에 23-20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수퍼보울은 ‘가장 미국적 문화’라고 불릴 정도로 경기를 넘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수퍼보울 당일은 물론 그 다음날인 14일에도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죠. 수퍼보울과 뒷 이야기들을 모아 결산해드립니다.

먼저, ‘슈퍼볼’, ‘수퍼보울’ 뭐가 맞아?

시작부터 좋은 질문입니다. 한국 대부분의 언론들이 ‘슈퍼볼’이라고 적는데요. 잘못된 발음인데다 명칭에 담긴 뜻조차 이해하지 못한데서 온 오류입니다. 원래 발음은 ‘수퍼보울’이 맞습니다. 슈퍼볼이라고 착각하는 이유중 하나가 볼이 공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인데요. 공(ball)이 아니라 움푹한 그릇(bowl)입니다. 슈퍼볼은 미국에선 우리말로는 ‘얌체공’ 혹은 ‘탱탱볼’을 뜻합니다. 사실 수퍼보울이라는 명칭은 슈퍼볼에서 따오긴 했습니다. 1967년 캔사스시티 치프스라는 팀 구단주였던 라마 헌트가 딸이 가지고 놀던 탱탱볼을 보다가 어감이 비슷한 bowl을 합성해 수퍼보울이라는 경기명을 만들었죠. 보울을 붙인 이유는 그릇이라는 뜻 외에 풋볼과 관련 깊은 다른 뜻이 있어서 입니다. 풋볼 경기장은 대부분 사발 모양의 원형 형태입니다. 그래서 경기장을 보울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중의적 표현의 단어 보울과 ‘수퍼’라는 최고의 뜻을 합했으니 무릎을 탁 칠 만한 탁월한 선택이었던 셈이죠.

난 LA에 풋볼팀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모르는 한인들이 많습니다. 램스(Rams)와 차저스(Chargers) 두 팀이 LA를 연고로 두고 있습니다. 램스는 아메리칸컨퍼런스, 차저스는 내셔널컨퍼런스에 속해있죠. 뉴스레터를 쓰기 위해 찾아보니 LA 풋볼팀 역사는 흥미롭습니다. 이번에 우승한 램스는 사실 LA의 초대 NFL팀입니다. 램스는 1946년 그 연고지를 클리블랜드에서 LA로 이전하면서 LA 사상 첫 NFL 연고팀이 됩니다. 이전에도 LA에 프로풋볼팀이 있긴 했습니다. 첫 프로풋볼팀은 1926년에 창단된 LA 부케이너스인데요. 이름만 LA일 뿐 연고지는 시카고였고, 원정을 다니는 프로팀이었습니다. 또 1934년에 창단된 LA 불독이라는 팀도 있었지만 NFL리그에서는 뛰지 못했죠.

경기 규칙도 잘 몰라서 안보게 되더라고

저도 기본적인 몇가지만 알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땅따먹기’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경기는 쿼터당 15분씩 4쿼터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중간에 작전타임 등 정지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3시간 정도 소요되죠. 공격권을 가질 때마다 4번의 공격 기회가 주어지는데요. 공격 기회는 공을 잡고 뛰는 선수가 상대 선수의 태클이나 저지에 넘어지거나 공을 땅에 떨어트리면 1회로 간주하죠. 그렇게 4차례 안에 10야드를 전진하면 다시 4번의 공격기회가 주어지고 반대로 10야드를 나가지 못하면 상대에게 공격권을 넘겨줘야 합니다.

득점은 어떻게 하는거야? 

대표적으로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상대팀의 엔드라인까지 공을 들고 들어가면(터치다운) 6점을 얻습니다. 득점하면 보너스 점수를 얻을 기회를 얻는데요. 이때 두 방법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공을 발로 차서 골포스트 사이로 넣으면 1점, 엔드존에서 2야드 앞에서 다시 터치다운을 시도해 성공하면 2점을 얻게되죠. 터치다운을 하기 어렵다 싶을 경우 필드골을 선택하기도 하는데요. 넣으면 3점을 얻습니다. 점수는 수비중에도 얻을 수 있는데요. 공격하는 상대팀의 엔드존 안에서 상대 선수가 가진 공을 빼앗거나 쓰러트리면 2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세이프티(Safety)’라고 하죠. 자세한 규칙은 두꺼운 사전만큼 방대한 분량이라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한가지 더 알아야 할 상식은 풋볼은 축구처럼 11명이 뜁니다. 다른 점은 풋볼은 교체 선수 숫자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죠.

그래서, 램스가 이겼다고?

네, 다들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램스 팀으로서는 22년만의 수퍼보울 승리인데요. 이를 두고 LA가 22년만에 수퍼보울 챔피언이 됐다고 이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역대 수퍼보울에서 LA 소속팀이 우승한 것은 1983년 레이더스가 워싱턴 레드스킨스를 꺾은 것이 마지막입니다. 그러니까 LA 연고팀이 수퍼보울에서 승리한 것은 무려 39년만이죠.

역전했다던데?

정말 극적이었습니다. 공격권을 얻으면 4번 공격할 기회가 있다고 말씀드렸죠? 램스는 16-20으로 끌려가던 상황에 역전했는데요. 경기 종료 5분여를 남긴 상황이었습니다. 램스는 자기 진영 30야드 진영에서 마지막 4번째 공격(포스 다운ㆍFourth Down)에 나섰는데요. 이를 살리지 못하면 공격권을 넘겨주게 돼 패배가 예상됐죠. 이때 진가를 발휘한 선수가 수퍼보울 MVP가 된 쿠퍼 컵(29)입니다. 공을 받은 컵은 7야드를 전진해 공격권을 유지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어진 공격에서 1분 29초를 남기고 마지막 패스를 받아 1야드를 전진, 역전 터치다운에 성공했죠. 말씀드렸듯 터치다운은 6점입니다. 16점에서 22점이 된 램스는 보너스 득점기회를 킥을 선택해 성공, 3점차로 달아나면서 승리했습니다.

뭐, 대충 이해하긴 했는데. 수퍼보울, 알고보면 고작 한 경기잖아. 뭐 그리 대단해?

미국에서 수퍼보울은 ‘지상 최대의 스포츠 쇼’로 통합니다. 4대 프로 스포츠 결승전중에서 시청률이 매년 올라가고 있는 유일한 경기입니다. 비록 지난해 9163만명으로 다소 떨어지긴 했습니다만 2010년 이후 1억명 이상의 미국인이 지켜봅니다.
경기는 매년 2월 첫 일요일 저녁에 열리는데요. 이날은 우리식으로 명절이나 다름없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모여 파티를 엽니다. 바베큐를 굽고 맥주를 마시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죠. 경기 규칙을 몰라도, 대결팀들이 고향 연고팀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경기 자체가 미국의 문화죠. 경제적인 효과도 엄청납니다.

어느 정도길래?

어려운 지표보다는 6개 숫자로 말씀드리면 피부로 와닿을 듯 합니다.
0: 2쿼터를 끝낸 뒤 펼쳐지는 ‘하프타임쇼’가 가수들에게는 평생의 영광인데요. 출연진의 출연료가 0달러 입니다. 1억명의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수퍼보울의 홍보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3408달러: 온라인에서 거래된 이번 수퍼보울 입장권 중 가장 싼 가격입니다. 평균 거래가격은 7752달러에 달합니다. 사상 최고 액수죠.
15만달러우승 팀 LA선수들의 1인당 보너스입니다. 준우승팀인 신시내티 선수들은 7만5000달러씩을 받게됩니다.
700만달러: 올해 수퍼보울 30초 기준 광고 최고 판매가입니다. 초당 24만달러인 셈이죠. 평균 광고액도 650만달러에 달합니다.
2200만달러: 우승팀 LA램스의 쿼터백 매튜 스태퍼드의 올 시즌 총 수입인데요. 연봉, 보너스 광고 등 부가 수입까지 포함한 액수입니다.
14억2000만개: 미국양계협회가 발표한 수퍼보울 경기중 팔린 닭날개 숫자입니다.

광고가 뭐그리 비싸?

매년 수퍼보울 TV 광고를 보면 경제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올해 광고의 키워드는 전기차, 플랫폼, 가상자산으로 요약됩니다. 올해 광고를 내보낸 기업은 기아를 비롯해 토요타, BMW, 쉐보레, GM, 닛산 등 자동차기업과 구글, 아마존, 메타, 우버, 버라이즌, 티모바일 등 IT기업이 주류를 이룹니다. 올해는 코인베이스와 FTX, 크립토닷컴 등 가상자산 분야 전문기업이 최초로 슈퍼볼 광고를 송출한 기업에 다수 이름을 올린 점도 특징으로 꼽히죠. 자동차 광고는 대부분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웠는데요. 특히 기아의 EV6 광고는 전기차를 반려견과 같은 동반자로 강조하며 소비자들에 친근하면서도 기술 중심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했습니다. 광고도 광고지만 사실 수퍼보울을 돈잔치라고 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왜?

도박, 스포츠 베팅 때문이죠. CBS스포츠에 따르면 올해 슈퍼볼 베팅 금액이 80억 달러 가량이라고 합니다. 이는 지난해 슈퍼볼 판돈 43억 달러의 거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죠. 급속도로 판돈이 폭증하고 있는 이유는 2018년 연방대법원의 판결 때문입니다. 스포츠 베팅 게임 합법화 판결하면서 그 이후에 각 주가 앞다퉈 이를 허용하는 법적인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스포츠 베팅을 허용하는 주는 30개 주에 달하고, 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주민은 전체 인구의 약 절반가량인데요. 올가을에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주가 스포츠 베팅을 허용할지 결정할 예정입니다. 만약 캘리포니아가 가세하면 미국 인구의 3분의 2가 베팅을 할 수 있는 주에 거주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