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무궁화 10호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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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만행 #남한 공무원 #총살 불태워

남북관계에 다시 먹구름이 몰려왔습니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21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 실종된 한국의 공무원 이모(47)씨가 월북을 시도하다 북측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북측이 이 공무원의 시신을 화장했다는 점입니다. 아직까진 북한이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일단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강경 대응으로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민간인을 사살하고 사람을 마치 바이러스처럼 취급해 시신까지 불태운 잔혹한 행위는 어떤 설명으로도 비난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사건의 팩트와 파장을 쉽고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사건 개요를 말해줘

이씨의 실종신고가 접수된 건 한국시간으로 지난 21일 낮 12시50분쯤입니다. 연평도 해상에 배치된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에 이씨와 함께 타고 있던 승직원들이 신고했습니다. 어업지도선은 우리 어선들의 혹시 발생할지 모를 월선이나 나포 예방, 불법 어업을 지도하는 것이 주업무라고 합니다. 무궁화10호는 17일 출항해 나흘째 해상에서 근무중이었습니다. 이씨는 21일 새벽 4시부터 당직을 섰는데요, 그날 점심시간까지도 배위에서 모습이 모이지 않아 해경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바다 위에서 실종돼?

해경에 따르면 매년 유사한 실종이 여러 차례 발생한다고 합니다. 대부분 실족 사고일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실종 다음날인 22일 국방부가 첩보를 통해 실종자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을 포착하면서 알려지게 됐습니다.

 

수색은 제대로 했어?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곧바로 경비함정을 무궁화10호에 보냈습니다. 무궁화10호는 소연평도에서 남쪽으로 2.2km 해상에 떠있었다고 합니다. 북방한계선(NLL)로부터 남쪽으로 13km 지점이죠. 해경은 어업지도선에 승선해 CCTV부터 확인했는데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씨의 침실을 뒤져보니 휴대폰만 없었고 탈 때 가지고 있었던 가방, 옷 등 소지품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휴대폰은 꺼진 상태였습니다. 인근 해상을 수색했지만 이씨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씨가 북한에서 피격된 사실은 언제 어떻게 알게된거야?

말씀드렸듯 군이 ‘첩보’로 파악했다고 하는데요. 국민들에게 알려진 건 이씨가 실종된 지 사흘만인 23일 언론을 통해서입니다. 군당국 발표를 종합해보면 이씨는 실종 다음날인 22일 오후 3시 40분쯤 북측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의해 최초 발견됐고, 6시간 만인 밤 9시 40분쯤 총살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 후 30분쯤 뒤인 10시 10분쯤 북한군이 해상에서 이씨의 시신을 불태웠다고 합니다. 이런 정황은 연평도 감시장비에서 관측된 북측 해상의 ‘불빛’으로도 확인했다는 것이 군의 설명입니다.

이씨 피격 당시 상황은 어땠어?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만행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씨는 실종 지점에서 38km 북서쪽에 있는 등산곶에서 기진맥진한 상태로 북한군 단속정에 의해 발견됐다고 합니다. 북한군은 방독면을 쓴 채 거리를 두고 바다 위에 이씨가 떠있는 상태에서 ‘해상 심문’을 했다고 하네요. 이씨를 사살한 뒤에는 시신에 기름을 뿌려 해상에서 불태웠다고 합니다.

월북이야 실족이야?

아직 확실하진 않습니다. 평범한 가장인 47세 공무원이 수십km를 혼자 헤엄쳐 북한으로 넘어가는 일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군당국과 해경은 월북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4가지입니다. 
①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②신발을 벗고 배에서 이탈한 점(실족이라면 신발을 신은 채가 더 자연스럽다)
③축구공 모양의 부유물을 이용한 점
④북한 선박에 월북 의사를 밝힌 점

근거가 약한데?

그래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먼저 이씨의 월북경로는 무모할 정도입니다. 이씨의 실종지점에서 북한 해안까지 최단 거리는 약 21.5km입니다. 헤엄을 쳐서 건너기는 불가능하죠. 더구나 이 지역은 조류가 강하고 물때도 자주 바뀐다고 합니다. 만약 월북을 생각했더라면 작은 배라도 구해서 NLL을 넘어가는 것이 쉽죠. 또 이씨가 월북까지 해야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이씨가 동료들에게서 수천만 원을 빌리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생사를 걸 만한 월북 동기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씨의 동료들이나 가족들도 월북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씨의 형은 페이스북에서 “(동생의) 신분증과 공무원증이 선박에 그대로 있었다”며 “월북이라는 단어와 근거가 어디서 나왔는지 왜 콕 찍어 특정하는지 의문”이라고 썼습니다.

 

잠깐만, 군이 이씨 실종사실을 공개한 게 언제야?

한국시간으로 지난 24일 오전입니다.

이미 진작에 알았잖아. 왜 공개하지 않았데?

그래서 군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군 설명을 종합하면 정보를 종합 분석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북한 해역이라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 따르면 이씨가 북한군에 발견된 것을 우리 군이 파악한 것이 이씨가 사살되기 5시간 전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해군 함정이라도 보내 무력시위를 벌일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씨 피격 보고가 언제 올라갔데?

23일 오전 8시30분입니다. 이씨가 사살된 지 11시간여만이죠. 대면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사실관계를 파악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23일 낮에야 그것도 피격이 아닌 ‘실종 사건’으로 출입기자단에 공지했다고 해요. 그리고는 24일 오전에야 이씨 피격사실을 공식 확인하죠. 대통령의 지시가 있고도 만 하루 이상 지나서야 ‘국민에게 알린’ 겁니다. 여러 언론들이 비난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도대체 북한은 왜 그런 일을 저지른 거야?

대남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요. 코로나19 방역을 명분 삼아 남한 국민을 해안에 들이지 않고 해상에서 처리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이미 7월부터 “해상에서 밀려 들어오거나 공중에서 날아오는 물체 등을 발견하는 경우 소각 처리하는 규율과 질서를 엄격히 세우라”며 선제적 대책을 촉구해왔죠. 북한이 공무원의 시신을 남측에 인계조차 하지 않고 전격 화장한 것도 코로나19 유입에 얼마나 촉각을 세우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방역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다수입니다. 민간인을 사살하는 극한의 방식으로 한국을 향해 ‘상대할 생각이 없다’는 보여주기식 메시지이자 위협이라는 해석이죠.

 

정치권이 시끄럽겠네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북한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해상에서 표류 중이던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에게 의도적인 총격을 가한 후 시신을 불태운 북한군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만행”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민간인에 대한 비인도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로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 상생의 기반 자체를 뒤엎었다”
-국민의힘 김종인 대표

“정부는 진상을 정확히 파악한 뒤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 책임자는 북한이 될 수도 있고 관계 당국 관계자가 될 수도 있다. 사안이 복잡하지만 정부는 진상을 국민에게 정확히 보고해야 한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남북관계 영향이 클 텐데

이씨 피격 사건은 2008년 금강산에서 발생한 ‘박왕자 피격 사건’ 이후 12년 만에 북한군이 남측 비무장 민간인을 잔인하게 사살한 사건입니다. 박왕자씨 피격이 신참 초병의 단순한 총격사건에 따른 것이었다면, 이번엔 민간인을 사살하고 불에 태운 잔인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한국 국민들의 충격은 큽니다. 이번 사건은 인명을 중시하는 한국의 정서상, 그리고 인권 차원에서도 용납하기 어렵고 국민적 분노와 반북 감정만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현재 남북관계가 더이상 나빠질 것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큽니다.

 

마지막 질문, 지금 이씨 시신은 어디 있는 거야? 수습해야 하잖아?

24일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서욱 국방부 장관은 “그 해역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시신이 어디 있는가’라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죠. 또, 서 장관에 따르면 이씨 시신을 태우는 불빛이 “40분 동안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시신이 훼손돼 일부가 바다에 떠다닐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개연성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서 장관은 ‘최선을 다해 시신을 찾아 유족에게 인도해야 할 것’이라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주문에 “경비작전세력에 임무를 부여해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루빨리 시신을 수습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