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는 여전히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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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접시(UFO), 외계인과 같은 단어나 그림을 처음 접한 것은 어린이 잡지를 통해서였는데요. 1970년대에는 ‘소년중앙’ ‘어깨동무’ ‘새소년’ 같은 만화와 상식, 정보 등을 담은 종합잡지가 유행했습니다. 이런 류의 잡지에는 흥미 위주의 기사도 많이 실렸는데 그 중에는 미래 세계, 세계 7대 불가사의, 비행접시, 외계인 등과 같은 소재도 단골 메뉴였습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린 영화 ‘E.T.’는 외계인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이 갖게끔 하는데 큰 역할을 했는데요. 세월의 흐름 속에 가끔 관련 영화나 드라마, 뉴스 등을 접했지만 어릴 때만큼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다시 비행접시와 외계인에 대한 뉴스가 보도되면서 다시 한번 어린 시절의 감성이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정말 지구와 다른 행성에 인간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지능을 가진 고등 생명체가 살고 있지는 않은 지, 이들이 비행접시와 같은 비행체를 타고 지구를 방문하는 것은 아닌 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외계인이 있다면 영화 속에 나오는 ET처럼 순박한 성정을 지녔는지 아니면 포악하고 파괴적인지, 외모도 사람과 비슷한 지 아니면 아예 다른 형상을 하고 있는 지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며 답답한 마음입니다. 이런 궁금함과 답답함이 사람들 사이에서 점차 증폭되자 연방 정부 차원에서 진상조사팀을 꾸려 조사에 나섰는데요.
연방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14일 ‘미확인 비행 현상(UAP) 독립 연구팀 보고서’를 공개
했습니다. 이는 그 동안 수집된 미확인 비행 현상 자료와 외계인 관련 보도나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물인데 결론은 “UAP가 외계에서 기원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입니다.
연구진은 그렇다고 미확인 비행 물체가 없거나 외계인이 없다고 단정짓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UAP 전담 연구팀을 꾸려 향후 과학적으로 엄격하고 투명하게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UFO나 외계인에 대한 연방 정부 차원의 조사는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UFO 또는 UAP에 대한 목격담이나 진술이 쏟아지자 군 차원에서 비행접시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작성했었는데요. 보고서 결론은 NASA가 주도해 UAP 연구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반 대중에게 가장 크게 비행접시나 외계인의 존재를 믿게 만든 사건은 1947년 뉴멕시코 주 로스웰 지역에서 미확인 비행물체가 추락했다는 신문 보도였습니다. 1면 톱뉴스였는데요. 당국은 당일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비행물체의 잔해를 발견했다고 공식발표하고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기상관측기구의 잔해라고 말했습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았습니다. 뭔가 음모가 있고 정부가 외계인과 미확인 비행물체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리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후에도 정부가 UAP에 대한 증거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과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NASA는 2022년 6월 천체물리학자, 우주비행사 등 전문 연구 인력으로 구성된 UAP 독립 연구팀을 구성하게 되는데요. 이들이 그 해 10월부터 약 1년 동안 UAP와 외계인 사이의 관련성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사람들이 바라는 명확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수립된 기록은 불완전할 뿐만 아니라 출처도 불확실하다”며 UAP의 존재를 입증하기엔 고품질의 관측 자료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 “UAP 관측이 과학적인 목적을 갖고 설계된 것이 아니라 우연히 이뤄진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NASA는 독립 연구팀의 권고에 따라 UAP의 존재 여부를 연구할 수 있는 전담 연구팀을 꾸렸으며, 연구 책임자를 임명했다고 밝혔는데요. 전문 지식을 활용해 과학적으로 엄격한 방식으로 투명하게 데이터 수집을 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기법도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연구 책임자의 이름은 안전상 이유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연구팀 발족과 관련해 “NASA가 UAP를 진지하게 조사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는데요. 그가 말한 것처럼 어쩌면 지금까지의 자료와 조사, 분석은 본격적인 연구를 위한 초기활동으로 봐야 할 것 같고 지금부터가 진짜 제대로 된 연구가 시작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멕시코 의회에서는 이보다 이틀 앞선 12일, ‘비 인간 존재’임을 주장하는 정체불명의 미라가 공개돼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해당 미라는 멕시코 언론인 하이메 마우산이 공개했는데 그는 미라에 대해 “외계인이라고 부를 순 없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존재와도 관련 없는 비 인간 존재”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런 류의 사기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며 이들 미라는 당대에 살았던 어린이로 대부분 판명났다고 말합니다.

지난 7월, 연방 의회에서는 UAP와 외계인에 대한 전직 해군 조종사와 공군 정보장교의 증언이 있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이들은 UAP는 실체라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데이비드 그러쉬 전 공군 정보장교는 군에서 UAP를 회수해서 분해하고 따라하는 역설계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인간이 아닌 생명체의 유해까지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은 내부고발자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동심이나 상상력을 더 이상 키우지 못하게 만드는 과학자들의 주장도 있습니다.
워싱턴DC 소재 카네기과학연구소의 우주생물학자 마이클 웡과 스튜어트 바틀렛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연구원은 우주를 자유롭게 여행할 정도로 발달하는 문명은 우주 여행 기회를 잡기 전에 정체되거나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지난 5월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 발전한 문명은 과학기술 혁신을 에너지 공급이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사실 외계인 존재에 대한 의문은 193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출신 과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언급하면서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주에 태양과 같은 항성이 무수히 많다면 지구와 유사한 행성과 인류와 유사한 지적 생명체도 우주에 널리 분포하고 있어야 한다며 외계의 지적 생명체 존재 여부를 두고 ‘모두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었던 ‘페르미의 역설’로 알려진 질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 베이징대 연구진은 지난 4월, 태양계와 다른 항성계의 지적 생명체와의 접촉이 실질적으로 어려운 이유에 대한 연구 내용을 발표했는데요. 이들은 “우주의 크기가 워낙 크기 때문에 문명을 이룬 지적 생명체가 보낸 신호가 다른 지적 생명체에 수신되기까지 약 40만년이 소요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며 “이는 인류가 우주를 관측하기 시작한 매우 짧은 기간보다 훨씬 긴 기간이어서 신호를 포착할 확률이 그만큼 낮다”고 말했습니다.
10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오는 외계남 도민준은 역시 드라마에나 존재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