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은 가축 먹으면 백신 안맞아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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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습니다. 델타 변이 감염자가 늘어난데다 7월4일 독립기념일 연휴 여행 여파가 확진자 통계로 나타나고 있죠. 곧 보인다던 터널 끝은 도대체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미국 코로나 상황, 어때?

50개주와 워싱턴 DC까지 전국에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주 7일간의 하루 평균 확진자수는 그 전주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중 38개주에서는 증가율이 무려 50%를 넘어섰죠. 특히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 비율이 35.1%로 전국 평균(48.3%)에 못 미치는 아칸소주에서는 병원이 환자로 포화 상태가 되고 신규 확진자가 열흘마다 2배로 늘고 있습니다. 물론 확산세가 지난 겨울에 비해 누그러든 건 사실이지만, 사망자수를 보면 여전히 심각합니다.

사망자 수, 몇명인데?

블룸버그 통신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수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존스홉킨스대, 도로교통안전국(NHTSA)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하루평균 코로나19 사망자수는 337명이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이던 1월(일평균 3136명 사망)의 11% 수준이죠. 그러나 총격(일평균 109명 사망)과 자동차 사고(일평균 99명 사망), 독감 합병증(일평균 98명 사망)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도 많았습니다. 그나마 사망자수가 줄어든 것은 백신 접종 덕분입니다. 미국이 주력으로 삼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과 모더나 백신은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에도 사망과 입원을 최대 96% 예방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도대체 확산 이유가 뭐야?

가장 큰 이유는 백신 접종이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죠.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5일 현재까지 1차례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18세 이상 주민의 비율은 67.9%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초 목표로 설정했던 70% 문턱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죠.

왜 멈춘 거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정치적 신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문은 백신 정체 주요인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완강한 거부 운동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WP는 과거 백신접종에 주저하는 보수진영의 행태가 이제 단호한 혐오로 바뀌었다고 분위기를 소개했습니다.

아니, 백신하고 정치가 무슨 상관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보수 지지층은 백악관의 백신접종 메시지를 비판하고 캠페인을 왜곡하는 데에서 더 나가 무더기로 접종 거부 선언에 동참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디슨 코손(노스캐롤라이나), 로런 보버트(콜로라도) 등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가정방문 백신 홍보를 비웃기도 했죠. 보버트 의원은 “수당도, 복지도 필요 없으니 제발 꺼지라고 정부에 말하기 위해 우리는 모였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보수진영에서 저항이 급물살을 타자 보수성향의 매체들도 가세해 백신 혐오를 자극하기 시작했죠.

뭐라고들 하는데?

극우매체 원아메리카뉴스는 “빅브라더(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국가 통치체제)가 문을 두드리러 온다”고 바이든 정부의 가정방문 캠페인을 비판했죠. 또 유사한 성향의 매체 뉴스맥스는 백신 접종은 자연의 원리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백신 접종을 때때로 옹호해왔던 보수방송 폭스뉴스의 정치 평론가이자 뉴스쇼 진행자인 터커 칼슨도 “효과가 없을지도 모르는데 당국이 그런 건 얘기를 아예 안 한다”고 최근 태도를 바꿨죠.

그런데 이념 성향과 백신 접종 여부를 연관짓는 건 비약 아닌가?

통계를 살펴보면 백신을 거부하는 태도가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비영리연구소인 카이저가족재단에 따르면 작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긴 카운티들에서는 백신접종을 완료한 주민의 비율이 47%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긴 카운티들에서는 그 비율이 35%에 그쳤죠. WP는 “백신 홍보 캠페인이 의미가 없거나 해롭고 어쩌면 정부의 음모일지도 모른다는 개념은 작년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주장, 올해 초 의회폭동이 침소봉대 됐다는 주장과 동급을 이루는 트럼프 지지층의 신조로 굳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음모론 많이 듣긴했어. 가짜뉴스도 문제 아닌가?

그렇습니다. 가장 최근에 소셜미디어에서 떠돈 가짜뉴스중 하나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가축을 먹은 사람은 백신 접종 효과를 얻게된다. 백신은 믿을 수 없으니 고기도 먹지 말라’는 주장입니다.

정말이야?

그럴리 없죠. 100% 가짜뉴스입니다. 동식물을 검역하는 연방정부기관인 미국동식물검역소(APHIS)에 따르면 식용 가축용 백신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또 설사 백신을 접종한 식용 가축의 고기를 먹는다고 백신이 몸안으로 들어온다는 건 과학을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가짜뉴스에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거 아닌가?

보수진영의 백신 반대 논리와 이에 따른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해 바이든 정부에서도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소셜미디어에 돌고 있는 가짜뉴스를 직격했습니다.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죠. 바이든 대통령은 “오직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다”면서 소셜미디어 플랫폼 업체를 겨냥, “그들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거듭 말했습니다. 비베크 머시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도 지난 15일 코로나19에 관한 허위정보가 백신 접종 속도를 늦추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대응 조처를 촉구했습니다. 머시 단장은 소셜미디어가 허위정보 확산을 조장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면서 백신 미접종자 가운데 상당수는 백신에 대한 잘못된 속설을 믿는다고 지적했죠.

이러다 다시 봉쇄되는 거 아닌지 걱정돼

사태가 계속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규제와 의무화 조치를 재도입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LA카운티는 확진자와 입원 환자가 급증하자 17일 오후 11시 59분부터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복원했습니다. LA카운티가 속한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한 달 새 신규 확진자 수가 거의 3배로 뛰며 하루 평균 3000명으로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LA카운티에서는 지난 2주간 신규 확진자가 3배 이상으로 증가하며 하루 1000명을 넘어섰죠.
로드아일랜드주에서는 모든 공립·사립 대학들이 올가을 새 학년도에 학생들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대학이 이런 조치에 나선 것은 이 주가 처음이죠. 그런데 이런 규제 대도입에 역주행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어딘데?

지금까지 애리조나·아칸소·플로리다·몬태나·유타 등 8개 주에서 학교가 백신 접종이나 접종 증명서 제시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통과됐습니다. 애리조나·아칸소·오클라호마주 등 3곳은 학교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도 불법화했죠.

끝으로 덧붙이자면, 마스크 착용이나 백신 접종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입니다. 다만 그 이유가 온전히 과학적 근거에 의한 선택이길 바랍니다. 편향된 정치적 신념이나 근거 없는 떠도는 이야기들이 선택의 기준이 된다면 그 부작용은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