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언덕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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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언덕 #원수와 동거 #화약고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무장 정파 하마스의 대규모 무력 충돌이 13일로 나흘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무력 충돌이 시작된 지난 10일부터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1600발의 로켓을 이스라엘로 발사했고, 보복에 나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총 600여 회의 공습을 감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13일 현재까지 양측에서 최소 90여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13일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까지 투입하고 나서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형국입니다. 가자지구의 비극, 뉴스레터에서 쉽게 요약해드리겠습니다.(쉽게 요약이라니 불가능한 일을 왜 하겠다고 덤빈 거냐)

왜 싸우는 거야 도대체?

먼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간의 분쟁 역사와 배경부터 말씀드려야 합니다. 키워드로 풀어드리겠습니다. 먼저 ‘팔레스타인’은 국제법상 국가명이 아니라 지역의 이름입니다. 이스라엘을 포함한 지중해 동남부 지역을 지칭하죠. 구약성서에 나오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이 이전 이름입니다. 기원전 12세기 이 땅을 팔레스타인들이 지배하하면서 팔레스타인이라고 부르게됐죠. 그러다 기원전 10세기 다윗왕에 의해 이곳에 이스라엘 왕국이 설립됐지만 솔로몬의 사후 이스라엘과 유다로 분리돼 외세에 멸망됐죠.

그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원래 땅주인이라는 거야?

양쪽다 원래 자기들이 주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죠. 나라를 잃은 유대인들은 전세계에 흩어져 살게 되는데요. 이들은 1800년대부터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다시 나라를 세우자는 건국운동을 일으킵니다. 바로 ‘시오니즘’이죠. 특히 1930년대 들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팔레스타인으로 귀환하는 유대인이 늘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원래 그 땅에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들과 이주해온 유대인들간 갈등이 촉발하게 됩니다. 1947년 중재에 나선 유엔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아랍지구 48%, 유대지구 52%로 분할하는 결의안을 가결하면서 이스라엘 국가 성립이 선언됐죠.

공평한 분배 아닌가?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시오니즘 운동은 팔레스타인에서 아랍주민을 쫓아내 오직 유대교도만으로 나라를 이루려는 건국운동입니다. 그러니 팔레스타인내 아랍 주민들을 몰아내려는 시도가 계속됐죠. 그러다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이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포하자 곧바로 전쟁이 시작됩니다.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레바논 등 아랍국가들은 이스라엘의 독립을 거부하고 선제공격을 가했죠. 바로 ‘1차 중동전쟁’입니다.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하면서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에서 본래 유엔이 분할해준 지역보다 50% 많은 땅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 후 1974년까지 4차례 중동전쟁을 치르면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 대부분을 점령하게 됐죠.

그럼 팔레스타인은 전부 이스라엘 땅이 된건가?

이스라엘 입장에선 그렇지만 팔레스타인 아랍계들이 인정할 리 만무했습니다. 당연히 분쟁은 계속됐죠. 1964년 결성된 비밀저항조직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자행하면서 대이스라엘 투쟁을 전개했죠. 그러던 1988년 PLO는 독립 국가수립을 선언하며 이스라엘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대신 이스라엘이 부당하게 점령한 땅에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요청합니다. 평화 모색의 길이 열린거죠. 마침내 1993년 9월 이스라엘과 PLO는 영토와 평화의 교환을 원칙으로 팔레스타인자치국 건설에 합의합니다. 바로 ‘오슬로평화협정’입니다. 협정 체결로 1994년 5월부터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통치 아래 있게됩니다. 그리고 2005년 8월15일 이스라엘은 ‘중동평화 로드맵’에 따라 1967년부터 점령해 온 가자지구에서의 자국민 철수를 단행하고 같은해 9월 정착민 보호를 위해 배치한 군 병력까지 완전 철수했죠.

그럼 다 해결된 거 아냐?

그랬다면 중동의 화약고라는 단어가 사라졌겠죠. 평화가 자리잡을 것 같던 팔레스타인은 2009년 2월 극우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새로 취임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중동전쟁(1967년) 이전의 영토를 반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의 안전을 이유로 협상할 수 없으며 또한 수도 예루살렘의 분할 역시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죠. 결국 팔레스타인은 협상을 즉각 중단했으며, 이를 둘러싼 양측 간 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겁니다.

이번 무장충돌의 불씨는 뭐야?

시작은 유대인 정착민들이 이스라엘 점령지인 동예루살렘의 셰이크 자라 지역에서 아랍 주민을 퇴거시켜 달라고 법원에 제소하면서 촉발됐죠.  지난 1월 1심에서 유대인들이 승리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어왔습니다. 그러던 중 결정타는 지난 7일 발생했습니다. ‘중동의 화약고’에서 가장 중심인 이스라엘 동예루살렘 구시가지(old city)입니다. 그 중에서도 솔로몬 왕이 4000년전 만든 예루살렘 성 안쪽 바위언덕이 발화점이죠. 그곳엔 무슬림의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있습니다. 아래 지도를 보시면 이곳은 종교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어떤 곳인데 그래?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아르메니야 정교까지 4대 종교가 이곳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철천지 원수들이 등을 맞대고 있죠. 무력 충돌 도화선이 된 알아크사 사원은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가 하늘로 승천해 성인들을 만나고 돌아왔다는 성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곳은 메카, 메디나와 함께 이슬람권의 3대 성지로 불리죠. 유대교도들 역시 이곳을 성소로 여깁니다. 고대 유대교 성전이 세워졌던 곳이기 때문이죠. 유대인들은 알아크사 사원 서쪽의 구시가지를 둘러싼 ‘서쪽벽’(일명 통곡의 벽)을 로마 제국 때 파괴된 성전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아크사 사원은 무슬림만 들어가 기도할 수 있죠. 유대인들은 성전산 바깥쪽 서쪽벽에서만 기도합니다. 양쪽 모두에게 이곳은 양보할 수 없는 역사적 종교적 성지인 셈입니다.

거기서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7일 알아크사에 9만명의 무슬림들이 모였었는데요. 일부가 시위를 벌였고 확산을 우려한 이스라엘 경찰이 해산을 종용하자, 팔레스타인들이 돌과 병을 던지며 대항했죠. 이스라엘 경찰은 강경 진압을 합니다. 9일까지 양측 대치가 이어졌고, 10일이 되자 사태는 사실상 전쟁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날은 ‘예루살렘의 날’이라는 이스라엘 국경일입니다. 1967년 6월 6일 전쟁 당시 예루살렘 점령을 기념하는 날이죠. 이스라엘은 유대력을 쇠기 때문에 올해는 5월 9~10일에 해당합니다. 바로 그날 하마스는 성전산에서 보안 병력을 철수하지 않으면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한 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150발 이상의 로켓을 발사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즉각 전투기를 동원해 보복에 나섰던 겁니다.

시위 진압 때문에 로켓포에 전투기 공습까지 한다는 건 너무 극단적이잖아?

그렇습니다. 사실 무력 충돌의 배경엔 양쪽의 정치적 혼란이 작용했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공식대표는 마무드 압바스 수반입니다. 2006년 압바스의 집권 파타당은 과격파 하마스와 내전을 벌였습니다. 그결과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하마스는 과격투쟁으로 정치적 주도권을 휘두르고 싶어하죠.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입니다. 16년을 군림해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정치적 위기에 처했습니다. 네타냐후는 믿었던 측근 만델블리트 검찰총장에 의해 기소당했습니다. 만델블리트는 ‘법의 지배’를 외치면서 네타냐후를 3년간 수사했습니다.
그 결과 네타냐후는 지난 3월 총선 이후 연정구성에 실패했습니다. 장기집권에서 내려와 감방으로 가야할 처지입니다. 당연히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으로 과격여론을 주도하고 싶을 겁니다. 결국 ‘정치’와 ‘종교’가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낳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11일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선 집 밖에서 나뭇가지를 줍던 11세 소년이 숨지는 등 하마스 세력이 아닌 민간인 피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인명피해는 가자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쪽으로 쏜 로켓포가 1000발이 넘는다면서 왜 이스라엘쪽 피해가 적어?

아이언돔(Iron Dome)이라는 첨단 미사일 방어체계 덕분입니다. 아이언돔은 미국의 자금·기술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 방산기업 라파엘사와 이스라엘항공산업(IAI)이 개발한 단거리 로켓포 방어체계로 2011년 실전에 배치됐죠. 여러 장소에 요격미사일 발사차량을 배치해 돔(둥근 지붕) 형태의 방공망으로 둘러싸 날아오는 로켓포탄을 요격하는 개념입니다. 요격 성공률이 90%에 달한다고 합니다.
10년 전 저는 라파엘사의 부사장을 만나 아이언돔에 대해 취재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 부사장은 인터뷰에서 아이언돔에 대해 “70km 밖에서 풋볼공 크기의 물체를 요격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다”고 했습니다. 관련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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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 충돌을 막을 해결책은 없나?

현실적으로 보자면 결국 해법은 미국의 중재일 겁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미국은 이스라엘 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편들진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마스의 공격을 비난하면서도 양측 모두에 자제를 촉구했죠. 또 예루살렘이 ‘공존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이스라엘을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더 많은 희생을 막기 위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빨리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인사말인 ‘샬롬’과 ‘쌀람’은 모두 평화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60년 넘게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팔레스타인 땅에서 평화의 인사는 더이상 의미를 잃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