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골 32년차 주부의 빵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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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튜버꿈튜버 36번째 주인공은 배운 적 없는 빵굽기를 20년째 하고 있다는 한인 주부에요. 사는 곳과 성함을 공개하지 않으셨는데요. 이동하는 차량내에서 찍은 프리웨이 사인판을 보니 일리노이주에 거주하시는 듯 합니다. 유튜브 채널명이 ‘미곰이(meegom my life)’라서 미곰이님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유튜브를 시작하셨는데요, 현재까지 제작한 동영상은 88개입니다. 얼굴,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자막과 영상, 음악으로만 콘텐츠를 만듭니다. 영상은 편집이 수준급인데요 항상 ‘미국 시골에 사는 갱년기 엄마’라고 소개하는 글로 시작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채널의 대표 콘텐츠는 ‘빵굽기’입니다. 미국의 시골에서 매일 빵을 굽게 된 사연, 한번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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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곰이님의 채널엔 온갖 종류의 맛있는 빵 만드는 방법이 가득합니다. 소보로빵, 팥빵, 꿀호이호이빵, 커피향 가득한 모카빵, 크로와상, 고로케, 건포도빵, 소세지빵, 마모스빵 등 고소한 냄새가 영상을 가득 채웁니다.
프로페셔널한 파티셰라고 해도 손색없는 미곰이님의 빵굽기 인생은 20여 년 전 한국 마트조차 없는 미국 시골로 이민오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본인 표현으로는 빵을 하루종일 물고 살 정도로 좋아하는데요. 한국 빵집이 없으니 먹을 수가 없었죠. 미국 마켓에서 산 빵은 설탕 범벅에 석 달이 지나도 썩지 않는 방부제 투성이여서 먹을 수가 없었답니다. 가뜩이나 힘든 이민생활에 먹고 싶은 빵 하나도 못 먹냐 싶어 빵을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합니다. 유튜브도 없던 시절 인터넷 사이트를 보면서 빵굽기를 시작했는데 쉽지 않았다고 해요. 깨물면 이빨이 나갈 정도의 벽돌빵을 만들기 수개월, 갖다버린 밀가루와 버터, 계란이 한 마지기는 될 거라고 하네요.
그런데 정말 맛있는 빵을 먹고 싶다는 절박함(?) 덕분에 차차 노하우가 생겼고 이젠 자신있게 세상의 모든 빵을 만들 수 있게됐다고 합니다.

미곰이님을 소개하는 이유는 ‘절박함’이라는 단어 때문이었습니다. 나이 쉰을 앞둔 23년차 주부인 그녀는 갱년기를 통과하고 있다고 합니다. 먹어도 먹어도 헛헛하고 감정 기복이 심해진 요즘, 무슨 재미있는 일을 해볼까, 어떤 취미생활을 해볼까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20년 세월 손때가 묻은 빵 레서피 노트들을 보면서 문득 깨닫게 된 것이 있었죠. 20년 넘게 해온 요리와 살림이 취미가 되면 조금 더 즐겁고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그게 맛있는 거라면 더 좋지 않을까. 생존을 위해 시작했던 일상이자 습관인 빵굽기로 무료한 갱년기를 맛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이제 1년여, 그녀는 좋아하는 것을 잘하게 되는 것처럼 신나는 일이 없다는 걸 새삼 절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에 따르면 빵굽기는 인내라고 해요. 그래서 그녀에게 빵굽는 시간은 소중한 걸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하죠. 어떤 이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빵들이 어떤 이들에겐 간절할 수 있다는 것, 세상 그 무엇도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는 걸 쉰을 앞둔 나이에도 배우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의 빵을 먹어본 적은 없습니다만, 분명 깊이 숙성된 인생의 맛이 담겨 있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그녀의 빵 이야기, 한인들도 함께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