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역사가 미국의 역사

808

10월도 중순입니다. 쏜살 같이 세월이 흐른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마켓에는 단감과 대추가 풍성히 쌓여 있어 계절이 달라진 것을 눈과 입맛으로도 느낍니다.
가을이 되면 현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연례행사가 있는데요. 바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전입니다. 보통 가을야구라고 하지요. 한국에서는 KBO 한국시리즈, 미국에서는 월드시리즈로 향하는 포스트시즌 전, 또는 플레이오프 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데요.
이곳 미국에서는 이미 플레이오프 와일드 카드 전이 끝났고 현재 디비전 시리즈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LA 다저스는 서부조 우승팀으로 와일드 카드전은 치르지 않고 부전승으로 올라와 플레이오프 승자를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뉴욕 메츠를 2승1패의 기록으로 누르고 올라온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맞붙습니다. 3전 2선승제로 치러졌던 와일드 카드 전과 달리 디비전 시리즈는 5전 3선승제로 치러지는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는 한국 출신으로 현재 크게 활약하고 있는 김하성 선수가 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똑개비에서는 계절도 계절이고, 프로야구도 가을야구 초반에 접어들어 흥미를 더하고 있기도 해 메이저리그야구에 대해 살짝 훑고 지나가는 시간으로 마련했습니다.

프로야구는 미국이 전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축구의 경우 영국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1  등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여러 리그에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분산된 반면 프로야구는 미국 외에는 최고 수준의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일본 프로야구와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선수 정도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의 또 다른 특징은 미국이 샐러드 보울처럼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자신만의 고유함을 지키면서 함께 살아가는 나라이듯, 그 변천사를 보면 백인 중심에서 서서히 인종의 벽을 허물어가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입니다. 프로야구에서도 이민자 출신과 유색 인종의 활약이 각 시대마다 두드러집니다.
미국에 처음 프로야구단이 생긴 시점은 1865년입니다. 이때만해도 프로구단에는 흑인이나 아시아인 등 유색 인종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주로 독일과 아일랜드 출신 이민자 선수들이 이름을 날렸습니다. 흑인들은 자신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후 이탈리아와 폴란드 이민자들이 몰려오면서 더 유럽계 백인 야구 선수들이 많은 활약을 하지요. 흑인이 처음 메이저리그 프로구단에 영입되기 시작한 것은 1947년이었고요. 중남미 출신 선수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시기는 1960년대부터였습니다. 이후 1980년대부터는 일본 출신을 중심으로 대만이나 한국 등 아시아 선수들도 마운드에 오르거나 타자로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합니다. 한때는 한국 출신 메이저리거가 열 명쯤 되는 시기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앞으로는 한국 출신 뿐 아니라 한인 2세, 3세, 4세 출신의 메이저리거가 크게 활약하는 모습도 빨리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가장 미국적인 것을 꼽으라고 할 때 최고 순위에 반드시 포함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야구이기도 합니다. 미식축구인 풋볼이 있기는 하지만 야구를 좋아하고 즐기는 애호가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카콜라와 함께 가장 성공적인 미국의 수출품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특히 일본이나 쿠바를 중심으로 한 카리브 연안 국가의 야구 인기와 실력은 미국에 못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축구의 종주국 영국의 식민지이기도 했던 미국에서 왜 축구가 아닌 야구가 국민 스포츠가 되었을까 궁금하지 않으세요?
문화인류학자 출신의 기업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어떤 분은 야구는 가정을 의미하는 홈으로 들어와야만 점수를 올릴 수 있는 룰이, 가정에 대한 미국인의 코드와 꼭 부합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자본주의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경기방식 자체가 한 이닝이 끝날 때마다 공수교대를 하고 그라운드를 정비할 시간을 주는데 이는 라디오나 TV 중계방송 때 광고를 내보낼 수 있는 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죠. 방송사로서는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일반인은 방송을 더 자주 접할 수 있어 서로 상승작용을 하기에 좋은 조건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외에도 야구 경기장 안에는 외야와 내야 주위에 TV를 통해 보여지는 광고판이 즐비하고 중계 캐스터 또한 멘트를 통해 후원업체에 대한 광고를 끊이지 않고 내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경기수가 많은 것도 수익을 생각할 때 아주 유리한 조건입니다. 한 시즌에 현재 162경기가 치러지는데요. 일반적으로 4월에 시작해 9월말까지가 한 시즌인데 3월의 스프링캠프, 10월의 포스트시즌까지 합치면 정말 추운 한 겨울 빼고는 1년의 4분의3에 해당하는 기간 내내 경기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한 경기마다 엄청난 액수의 돈이 이래저래 걸려 있으니 자본주의의 첨단을 걷는 미국에서 이런 기회를 그냥 흘려 보낼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메이저리그의 공식 사이트인 MLB.COM을 통해 각 경기가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미국의 프로야구 시장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넓어졌습니다. 각 구단 사이트도 MLB.COM을 통해 통합 운영되고 있어 여러 나라 언어로 서비스되는 등 수익규모가 날로 커지는 상황입니다.
프로야구 한 경기를 하는 동안 총 경기시간의 20% 전후가 광고시간이라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그만큼 자본주의자에게 야구는 노다지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를 더 확대 발전시킬 수 밖에 없는 것이죠.

20세기 들어 미국이 각종 사건을 겪으며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순간순간을  프로야구가 함께 했다는 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세계 1, 2차 대전, 공황,  냉전시대,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 테러 등을 겪으면서 실의에 빠지고 삶의 무게에 힘들어하던 미국인에게 야구는 오락거리이자 휴식이었고 영웅이 등장하는, 어찌보면 삶의 부족한 부분을 여유롭게, 마음을 넉넉하게 만드는 그런 공간과 시간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베이브 루스는 지금도 홈런왕의 대명사가 되어 있고 테드 윌리엄스는 전쟁 영웅이었습니다. 또 끝까지 병마와 싸우며 연속출장 기록을 세웠던 루 게릭, 고국에 구호 물자를 싣고 가다가 비행기 추락사로 사망한 로베르토 클레멘테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가 펼쳤던 홈런 경쟁, 야구의 묘미를 더 즐길 수 있도록 해준 수 많은 명투수들과 명수비까지. 역사와 이야기, 재미,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다양한 통계까지 메이저리그의 존재 가치는 갈수록 빛나는 것 같습니다.

모두 30개 구단이 내셔널 리그와 아메리칸 리그로 나뉘어 정규 시즌을 치른 뒤 두 리그의 우승팀끼리 7전4선승제로 맞붙는 월드시리즈. 올해도 곧 최종 우승팀이 결정되는데요. 지금까지 월드시리즈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팀은 뉴욕 양키스로 모두 27번을 우승했습니다. LA 다저스는 2년 전 우승을 포함해 모두 7번 우승했었네요. 올해도 다저스의 우승을 기대해 봅니다.
https://www.mlb.com/
https://www.mlb.com/postsea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