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물가,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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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왜 올라 #무너진 공급망

요즘 뭐든 다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한 마켓을 찾았다가 깻잎 몇 장에 75센트 가격표가 붙어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장바구니 가격이 오르는 이유가 다들 궁금하실겁니다. 팬데믹 때문이라고 막연하게 짐작은 하고 계실텐데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그 원인 중 하나인 ‘공급망 병목현상’에 대해 설명드리려 합니다.
전세계적인 공급망 병목현상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LA와 롱비치 항구입니다. 수십억달러 어치 수입품을 실은 컨테이너선 60여 척이 짐을 내리지 못하고 며칠째 바다 위에 떠있는 상태입니다. 지난 뉴스레터 머리글에서 말씀드렸던 ‘컨테이너겟돈(Containergeddon)’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배경입니다. 컨테이너와 ‘아마겟돈(armageddon·대혼란)’의 합성어가 생길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겠죠.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지, 또 우리 경제에 어떤 타격이 있는지 짚어드리겠습니다. 야후 파이넌스와 액시오스, 애틀란틱의 기사를 참조했습니다.
야후 원문  애틀랜틱 원문

먼저, LA항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거야?

60여척의 배가 떠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어느 정도 규모인지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컨테이너선들이 엄청나게 크다는 건 알고 계실겁니다. 배의 적재량을 통상 TEU로 표시하는데요. 1 TEU는 20피트 크기 표준 컨테이너 박스 1개를 뜻합니다. 야후 파이넌스의 계산에 따르면 1 TEU에 식기세척기를 62~63개 실을 수 있다고 합니다. 떠 있는 배 1척에 적재할 수 있는 식기세척기는 무려 140만개에 달합니다. 배 한척의 식기세척기의 양만 해도 매년 미국으로 수입되는 전체 식기세척기의 16%에 해당하죠.

왜 배가 항구에 못 들어와?

한꺼번에 많은 배가 몰린 탓입니다. 매년 이맘때면 수입량이 급증하는 시기입니다. 다음달 26일 블랙 프라이데이와 12월 크리스마스 등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있죠. 유통업체들은 미리 물건들을 주문해야 하는 때죠. 물건이 많아지면 항구의 하역 속도도 빨라져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합니다. 현재 미국 유통업체들이 아시아 국가에서 제조된 상품을 수입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80일 정도로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이유가 뭐야? 

먼저 코로나19로 검역이 강화돼 통관 절차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통관 승인이 나면 짐을 배에서 내려야 하는데요. 일손이 부족합니다. 현재 LA와 롱비치 항구인력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30%가 줄었죠. 용케 짐을 내려도 또 문제가 있습니다. 운반할 트럭과 트럭 운전사가 없습니다. 미네소타트럭협회에 따르면 현재 당장 전국에 대형트럭 운전사 6만명이 필요할 정도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통관-하역-운반 모든 과정에 병목현상이 빚어지고 있으니 컨테이너겟돈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죠.

이런 상황을 왜 다들 예측 못한 거야?

팬데믹을 원인으로 돌리는 전문가들이 있는데요. 사실 공급망 몰락은 수십년간 쌓여온 문제들이 팬데믹을 만나 터졌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분석입니다.

무슨 소리야?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보죠. 전세계 무역량의 90%가 해상을 통해 이뤄지는데 그중 70%를 컨테이너선이 담당합니다. 미국만 따져봐도 수입양은 폭증했습니다. 예로 1985년 1월 중국에서 수입한 물량은 2억9300만달러였는데요. 올해 8월엔 그 양이 430억달러로 36년만에 무려 146배가 늘었죠. 폭증하는 물량 주문을 맞추기 위해 제조사들은 ‘적시생산방식(just-in-time)’에 의존하게 됩니다. 적시생산방식은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일정에 맞춰 필요한 제품의 양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뜻합니다. 그 덕분에 회사들은 적재, 창고 보관 등의 비용을 절감하면서 이윤을 낼 수 있었습니다. 또 소비자들은 클릭 한번으로 몇일안에 해외에서 생산된 물건을 문 앞에서 받을 수 있게됐죠.

효율적인 시스템 같은데?

맞습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생산과 유통, 운반 등 각 부문이 유기적으로 딱 맞아 떨어질 때여야만 효율적입니다. 만약 그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마치 도미노처럼 전체가 쓰러지게 되죠. 최적화된 시스템의 다른 단면은 물품, 인력의 여유분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 예로 공급망의 한 축이기도 한 열차업계에선 2017년부터 현재까지 22%의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전세계가 팬데믹이 터지면서 공급망에 과부하가 걸리게 된겁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형편이 어려웠잖아, 소비가 줄었을 텐데 공급망에 영향이 있나?

팬데믹 초기 패닉바잉이 있긴 했었습니다. 하지만 음식과 휴지 등 일부 품목만 품절 현상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의 공급망 병목현상은 그때 당시와는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데?

2020년 봄까지만 해도 자택 근무 형태가 이렇게나 길게 이어질 지 예상하지 못했었죠. 그래서 당장 급한 생필품만 사들였을 뿐 소비를 줄였습니다. 하지만 기약없는 재택 근무가 계속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은 코로나19 지원금, 실업수당 등 지원금을 쓰기 시작합니다. 가전제품, 가구, 자동차 등등 모든 제품의 주문이 폭증했죠. 예년같으면 극장이나 야구장, 여행지에 풀려야 할 돈들 조차 내구 소비재를 구입하는데 쓰게 된거죠. 여기서 경제 원칙이 등장합니다. 수요가 올라가면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무슨 명목으로 가격을 올리는건데?

물량 주문이 몰리고 공급망내 인력이 부족해지자 각종 비용이 폭증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컨테이너 1개당 평균 운송비가 팬데믹 이전엔 2500달러 선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7월 현재 무려 10배가 폭증한 2만586달러로 조사됐습니다. 미국 바다에 도착하면 운반비는 또 늘어납니다.

왜?

큰 항구에 적체현상이 심해 배를 댈 수 없게되자 유통업체들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선박들의 대여에 나섰습니다. 1000 개 안팎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작은 선박을 빌려 현재 병목현상이 발생한 대형 항만이 아닌 주변의 소규모 항만에서 통관 작업을 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이 배들을 빌리는 비용은 팬데믹 이전 하루 1만달러선이었는데요. 현재는 8배가 폭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운반비는 늘어난 비용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또 있어?

미국의 구인난 역시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중 해고된 노동자들은 지금 ‘귀하신 몸’이 됐습니다. 시간당 수당을 더 많이 주겠다는 회사들이 넘쳐나고 있죠. 서비스 업계의 늘어나는 인건비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부 항만의 ‘컨테이너겟돈’은 어쩌면 연말 시즌 재앙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야후 파이넌스는 “달팽이같이 느린 공급망은 내년까지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는 빠르면 빠를 수록 좋을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