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공포의 마마’

1988

#원숭이두창 #궁금해 #다 말해줘

최근 ‘몽키팍스(monkeypox)’라는 단어가 연일 주류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만 주로 발견돼온 원숭이두창을 뜻하는데요. 지난 6일 영국에서 최초 감염 사례가 발견된 이래 북미와 유럽, 중동으로까지 확산하면서 또 다른 팬데믹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팬데믹 속 팬데믹인 속칭 ‘더블 팬데믹’ 상황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팬데믹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이례적인 전파 양상에 변이 바이러스일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어 각국은 긴장하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19가 치명적인 스페인독감을 떠올리게 하듯 두창 역시 인류 최초, 최악의 전염병인 천연두의 공포를 연상케 하는 탓에 심리적인 두려움도 커지고 있죠. 오늘은 몽키팍스에 대한 (거의)모든 것, 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먼저, 몽키팍스가 뭐야?

원숭이두창은 서부와 중부 아프리카 등 열대 우림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1958년 덴마크의 한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처음 확인됐는데, 이 원숭이가 천연두(두창)와 유사한 증상을 보여 원숭이두창이란 이름이 붙었죠. 두창은 콩알(豆)처럼 생긴 피부 질병(瘡)이 일어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참고로 천연두는 예로부터 한국에서는 ‘마마’로도 불렸습니다. 원숭이두창은 그 명칭 때문에 원숭이에게만 생기는 전염병인 것 마냥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인간과 동물 모두가 감염될 수 있는 병입니다.

마마?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관용어구로 자주 쓰입니다. 호환은 ‘범 호(虎)’, ‘근심 환(患)’으로 호랑이에 의한 피해를 말합니다. 호랑이와 견줄만큼 두려운 대상이 천연두, 즉 마마였는데요. ‘마마’는 왕을 부를 때 상감마마라고 칭하는데서 알 수 있듯 극존칭의 높임말입니다. 천연두를 마마라고 높여부른 것은 무속에서 기인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만큼 무섭고 대책없는 병이었다는 뜻이겠죠. 백신이 없었던 예전에는 ‘마마신’이 일단 들어오면(천연두에 걸리면) 굿판을 벌여 굽신굽신 비위를 맞춰서 곱게 지나가기만을 빌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19세기말 김준근이 풍속도첩에서 묘사한 평양식 마마배송굿 장면입니다.
인류 최초의 전염병인 천연두는 최악의 전염병이기도 합니다. 누적 사망자는 10억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천년이 넘도록 유행과 잠복을 반복하면서 사람들을 죽이고 또 죽인 병입니다. 천연두는 백신이 발명되면서 1977년 아프리카 소말리아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환자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WHO는 1980년 5월8일 천연두 박멸을 공식 선언했죠.

원숭이두창 다시 설명해줘. 1958년에 발견됐다면 벌써 60년 넘은 질병이잖아?

맞습니다. 원숭이에게서 발견된 뒤 12년 뒤인 1970년 민주콩고에서 처음 인간 감염 사례가 발생했죠. 2003년에는 미국에서도 첫 확산 사태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습니다만 6개주에서 71명이 감염됐었죠.
당시 아프리카 가나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800여종의 설치류에서 묻어온 바이러스가 원인이었는데요. 이 설치류들이 같은 창고에 있는 애완동물용으로 사육되던 프레리도그(prairie dog)에 바이러스를 옮겼고, 이 프레리도그들을 키우려고 데려간 사람들이 감염된 것입니다.

왜 기억이 안나지?

아마도 당시 감염 사례의 위험성이 심각하진 않았기 때문일겁니다. 말씀드렸듯 우선 사망자가 없었습니다. 또 모든 환자의 감염 경로가 프레리도그와의 직접적인 접촉에 의한 것임이 확인됐었죠. 사람간의 감염이 없었다는 뜻이어서 확산을 비교적 쉽게 차단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번 원숭이두창 확산은 좀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데?

원숭이두창이 처음 발견된 지 60년이 넘도록 풍토병 지역인 아프리카 외의 수십 개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렇게 많은 수의 감염자가 확인된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말씀드렸듯 2003년 미국 감염은 지역사회내 전파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원숭이두창의 경우 영국보건당국은 영국내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됐다고 발표했죠.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 자문위원이자 바이러스 학자인 오에웨일 토모리 박사는 지난 20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현재 확산하는 원숭이두창은 그간 아프리카에서 관찰됐던 종류의 확산이 아니기 때문에 서구에서 새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새로운 돌연변이의 출현이나 우리가 기존에 몰랐던 전파 수단이 존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감염 상황 알려줘.

WHO에 따르면 24일 기준으로 풍토병 지역이었던 아프리카를 제외한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북아메리카 총 4개 대륙내 미국, 캐나다,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스웨덴, 호주, 프랑스,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이스라엘, 스위스, 오스트리아, 덴마크, 파키스탄까지 최소 17개국에서 감염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러니까 불과 18일 사이에 17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셈입니다. 감염자는 162명, 감염의심자는 246명 등으로 보고됐습니다.

확산 경로는 파악된거야?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각국이 역학조사를 진행중이죠. 일단 지난 6일 첫 보고된 영국 감염자는 원숭이 두창 풍토병 지역인 나이지리아의 라고스와 델타 주를 여행했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영국에서 12일 확인된 두번째 감염 사례입니다. 확진된 2명은 런던의 같은 집에서 함께 거주 중이었는데요. 첫번째 감염자와의 접촉이나 원숭이 두창 풍토병 지역에 여행을 간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17일 첫 확진자가 나온지 12일만인 18일부터 감염 사례는 영국 밖에서도 확인됩니다. 이날 미국에서 첫 사례가 확인됐고 포르투갈에서 5건, 스페인에서도 8건이 확인됐습니다. 이날 이후 6일간 14개국에서 감염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감염건은 언제 어디서 나온건데?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8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최근 개인전용기로 캐나다를 방문했던 매사추세츠주 거주자의 감염을 이날 최종 확인했습니다. CDC는 이 감염자 외에도 최근 스페인을 중심으로 유럽 방문자중 감염 의심 환자들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왜 스페인을 주목한거야?

지난 5일부터 15일 사이에 스페인의 그란 카나리아섬에서 열린 대형 축제가 확산 경로중 하나로 파악됐기 때문인데요. 8만 명 이상이 참가한 이 축제는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들을 위한 프라이드 페스티벌이었습니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감염자 30명이 나왔는데 이중 여러명이 이 행사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감염자 3명 역시 이 축제에 참가했다고 하네요.

뭐야, 그럼 동성간 성행위가 확산 경로중 하나라는 거야?

최근 보고 사례를 보면 감염 상당수가 남성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들에게서 발견된 것은 맞지만 특정 대상에게만 옮겨지는 병은 아니라는 게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의 설명입니다. UNAIDS는 밀접한 신체접촉을 통해 누구라도 감염될 수 있는 질병을 두고 일부에서 몇몇 감염 경로만 부각시켜 혐오와 공포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WHO도 원숭이두창이 동성 간 성행위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며 성병을 통한 전염 가능성은 더 연구해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원숭이두창, 어떻게 감염되는거야?

첫번째는 이 병에 걸린 설치류과 동물과 접촉했을 때입니다. 동물의 피가 사람에게 튀면서 감염된 사례도 보고된 적 있다고 합니다.
또 사람간에도 전파됩니다.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호흡기 비말(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또는 말을 할 때 입에서 나오는 작은 물방울)을 통해 감염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감염자의 체액이나 발진, 피부에 앉은 딱지는 전염성이 높습니다. 감염자가 입었던 옷이나 사용했던 침구, 수건, 식기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임신 상태에서 감염되면 태아도 감염될 수 있죠. 무증상 감염자가 질병을 퍼뜨릴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잠복기, 증상도 알려줘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6~13일, 최장 21일 정도인데요. 감염되면 천연두와 비슷하게 발열과 오한, 두통, 림프절 부종과 함께 전신에 수포(물집)성 발진이 생깁니다. 발진은 대개 발열 후 1~3일 이내에 나타나는데, 얼굴, 손바닥, 발바닥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입과 눈, 생식기 주변에도 발생합니다. 증상은 일반적으로 2~4주 동안 지속 되다 딱지가 생기고 마르면 떨어지는데요. 대부분 치료 없이 저절로 사라지지만 대표적인 부작용이 소위 ‘곰보’라고 하는 상처가 생길 수 있죠. 또 일부 환자들에게선 폐렴, 착란, 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안구 감염 등의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치명율이 높아?

원숭이두창의 치명률은 역사적으로 1~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WHO가 최근 집계한 수치는 3~6% 내외입니다. 어린아이나 면역저하자들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로 현재 기준으로 전 세계 코로나19 치명률은 1.20%입니다. 원숭이두창의 치명율이 많게는 8배 높은 셈이죠.

어떻게 치료해?

현재까지 효과나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법은 없습니다. 대신 발진 부위를 가급적 건조하게 하고 필요한 경우 해당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촉촉한 드레싱으로 덮어서 관리하는 게 좋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항바이러스제나 백시니아 면역글로불린(VIG)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VIG는 천연두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의 혈액에서 추출·제조한 주사제입니다.

백신은 있어?

원숭이두창용 백신은 아직 없지만, 천연두 백신이 85% 정도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천연두용으로 개발된 최신 백신 ‘임바넥스(Imvanex)’가 2019년에 원숭이두창 예방 용도로 승인됐지만 아직 널리 보급되진 않았습니다.

감염 상황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야?

전문가들은 당분간 감염 사례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 신종병 전문가인 샬럿 해머 교수는 “보건 당국이 지금 매우 공격적으로 감염 사례를 찾고 있다”며 “전에는 그냥 지나쳤거나 오진했을 수도 있는 경미한 증상의 원숭이두창 감염자들이 더 많이 확인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 잠복기가 최대 3주 정도로 길다 보니 공항에서 걸러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죠.

또 다른 팬데믹을 걱정해야 하는거 아냐?

코로나19 팬데믹 정도의 유행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이유는 크게 3가지 정도인데요.
①비말이나 호흡기보다는 주로 직접적 접촉에 의해 감염되기 때문에 경로가 단순해 차단하기 쉽다.
②치명률이 높긴 하지만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면 조기 발견할 수 있고, 수액이나 항염증제 같은 보조 요법이 사용될 수 있어 심각하지 않다.
③천연두 백신을 교차 활용할 수 있다.

그럼 뭐야 백신 또 맞아야 하는거야?

WHO는 23일 원숭이두창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 인구에 대량 백신 접종 프로그램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접촉 추적과 격리로 발병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저도 이번에 알았습니다만 천연두 백신은 접종이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19는 1회 접종시 그저 주사 한번이면 끝나지만 천연두 백신은 ‘분지침 방식’이라 피부를 10~20회 정도 찔러 접종한다고 합니다. 또 주사후 바늘로 찌른 부위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다른 신체 부위나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위를 드레싱으로 덮어야 합니다. 환자나 의료진 모두 번거롭고 불편하죠. 참고로 말씀드리면 미국에서는 1972년을 끝으로 천연두 예방접종이 중단됐습니다. ‘마마’가 무려 반세기만에 백신 필요성을 소환한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