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에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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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팬데믹 올림픽 #00가지 이야기

도쿄올림픽이 27일로 개막 닷새째를 맞았습니다. 이번 올림픽은 32회째를 맞는데요, 아시다시피 원래 지난해 열리려다 팬데믹 사태로 1년 늦춰져 열리게 됐죠. 1896년 그리스 아테네 1회 이후 전쟁이 아닌 사유로 연기된 최초의 올림픽입니다.(1916, 1940, 1944년 취소됐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열리는 이번 올림픽은 내달 8일까지 17일간 계속되는데요. 슬로건은 ‘감동으로 하나되다(United By Emotion)’입니다. 205개국과 난민 대표팀 등 206개팀에서 1만1000여명이 참가했죠. 참여국은 직전 리우올림픽보다 한 나라가 줄었습니다. 북한이 불참했죠. 1980년대 이후 참가국이 감소한 건 도쿄올림픽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팬데믹 여파로 이번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시들합니다. 그래서 마스코트 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미라이토와’와 ‘소메이티(패럴올림픽)’인데요. 미라이토와는 미래를 뜻하는 일본어 미라이와 영원이라는 뜻의 토와를 합친 말이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미래가 영원히 이어지길 바란다는 의미죠. 또, 소메이티는 벚꽃 종류인 ‘소메이요시노’와 매우 강력하다는 의미의 영어(so mighty)를 조합한 것이라고 합니다. 사상 최초의 팬데믹 속 올림픽이지만 ‘감동의 드라마’는 여전히 계속됩니다. 올림픽 이야기들을 정리했습니다.

①없다

이번 올림픽에는 몇가지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무관중입니다. 일본은 심상치 않은 코로나 확산세에 지난 8일 무관중 진행을 결정했습니다. 사실상 전체 경기의 97%가 무관중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주최 측은 입장권 359만개를 환불한다고 합니다. 이에 따른 수입 손실만 8억1560만달러라고 하네요. 참고로 이번 올림픽에 들어갈 전체 비용은 280억달러라고 하는데요. 입장권 환불 등을 포함한 총 경제적 손실은 89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두번째 없는 것은 ‘메달 키스’입니다. 거리두기 때문에 새로운 시상식 풍경이 연출되고 있죠.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선수는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IOC는 메달리스트가 시상식 도중에 잠시라도 마스크를 내리고 ‘메달 키스’를 하면 방역 수칙 위반으로 제재하기로 했죠. 다만 메달리스트들은 사진 촬영을 위해 30초간만 마스크를 벗고, 웃을 수 있죠.
도쿄올림픽에서 찾아볼 수 없는 건 ‘러시아’라는 국가명입니다. 러시아는 국가대표팀 도핑 스캔들 때문에 2020 도쿄올림픽에 국가자격으로 참가할 수 없습니다. 다만, 러시아 국기, 국가를 올림픽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으로 러시아 국적의 선수는 ‘ROC(Russian Olympic Committee)’라는 명칭을 국가 이름대신 사용하게 되죠. 또 시상식에서는 러시아 국기 대신 오륜기가, 국가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대체됩니다.
마지막으로 도쿄올림픽에 없는 것은 ‘손흥민’입니다.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종목에 나설 18명의 태극전사 중 손흥민을 볼 수 없는데요. 손흥민 본인은 최근까지도 소속팀 토트넘에 올림픽 참가 의지를 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학범 대표팀 감독은 “올림픽팀 훈련 과정, 대회 스케줄을 길게 봤을 때 손흥민을 혹사 시킬 일이 예상됐다. 그래서 양해를 구하고 배제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또 다른 선수들에게 병역 면제 혜택의 기회를 줘야한다는 여론도 반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한국축구 대표팀은 지난 22일 뉴질랜드와 1차전에서 0-1 충격패를 당했지만 25일 루마니아와의 2차전에서 4-0으로 대승을 거뒀습니다. 특히 후반 33분 교체 투입된 이강인이 6분 만에 두 골을 넣었죠. 한국은 28일 온두라스와 최종전에서 지지만 않으면 8강에 오릅니다.

②있다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등장한 것들도 있습니다. 먼저 ‘골판지 침대’ 논란 들어보셨나요? 선수촌 방마다 설치된 이 침대를 두고 개막 전부터 선수들의 경험담이 올라왔었죠. 앉으면 침대 가운데가 푹 꺼지는 영상, 직접 매트리스를 해체하는 영상 등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은 내구성이 떨어지고 불편하다는 불평이었죠.“성관계 금지용”(뉴욕타임스)이란 표현까지 나왔습니다. 조롱에 가까운 이 논란들은 알고보니 사실 무근이라고 합니다. 가구를 만들때 쓰는 골판지는 우리가 흔히 아는 택배 상자용 골판지가 아닙니다. 신문지 등 재생 용지가 섞이지 않은 ‘AP(All Pulp)’ 골판지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일반 골판지보다 3배 튼튼해서 싱글 침대 기준으로 300㎏은 거뜬히 버틴다고 합니다.
일본이 골판지 침대를 도입한 이유는 ‘역대 가장 친환경적인 올림픽’을 치르기 위한 일환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42개 경기장ㆍ시설중 1964년 도쿄올림픽때 썼던 기존 시설 24개를 포함시켰습니다. 또, 메달도 재활용 재료로 만들었죠. 2017년 4월부터 2019년 3월 ‘재료 모으기 운동’을 통해 휴대폰, 소형 가전제품을 수거해 거기서 금은동을 뽑아 메달로 제작했다고 합니다. 성화 역시 올림픽 사상 최초로 수소를 연료로 했죠. 이전 대회에서는 주로 프로판가스를 사용했었다고 합니다. 수소 연료는 연소 시 가스 연료와 달리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죠. 골판지 침대는 조롱의 대상이 아니라 칭찬받아야 할 선택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친환경을 목표로 한다는 도쿄올림픽의 주 경기장 건설에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열대 우림 나무가 사용됐다는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됐죠. 친환경 경기장을 짓느라 열대 우림을 파헤쳤다는 비판이 쇄도했었습니다.
도쿄올림픽에 새로 채택된 종목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소프트볼, 서핑, 스케이트보드, 스포츠 클라이밍, 가라테 등 5개 인데요. 이중 스포츠 클라이밍, 스케이트보드, 서핑은 전 세계 젊은이들의 관심을 올림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IOC가 기획한 비장의 흥행 카드입니다.
경기 방식은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서핑 금메달은 ‘서핑 천국’인 캘리포니아 출신 선수가 차지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경기방식 보기

③첫 메달

지난 주말 반가운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효자 종목 양궁에서 금메달 3개가 쏟아졌죠. 그 덕분에 26일 오전 현재 한국은 금메달 3개 동메달 4개로 종합 6위에 올라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7개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 양궁은 24일(이하 현지시간) 혼성전, 25일 여자 단체전, 26일 남자 단체전 3개 종목에서 금메달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올림픽에 양궁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9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특정 국가의 특정 종목 9연패는 올림픽 역사상 세 번째입니다. 케냐가 육상 장거리 장애물 경기에서, 미국이 수영 남자 400m 혼계영에서 기록했죠. 둘 다 1984년 LA 대회부터 2016년 리우 대회까지입니다. 10연패는 아직 없습니다.
금메달 3개를 싹쓸이 할 수 있었던 건 ‘무서운 막내들’ 김제덕(17·경북일고)과 안산(20·광주여대)의 활약이 눈부십니다. 이번 대회 처음 도입된 혼성전에서도 이들이 첫 금메달을 따냈죠. 김제덕은 만 17세 3개월에 금메달을 따내 한국 남자 양궁 역사상 최연소 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고등학생 신분에 병역 혜택이라는 ‘선물’도 일찍 받았습니다.
한국 양궁은 이제 전후무후한 올림픽 5관왕에 도전합니다. 남은 종목은 남녀 개인전인데요. 두 종목 모두 금메달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여자부 남자부 개인 결승은 오는 29일, 30일 각각 열립니다.

④코로나 상황

도쿄올림픽이 무관중으로 치러진다는 건 앞서 말씀드렸죠. 그런데, 방역이 어떤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는지도 궁금하실텐데요. 이번 올림픽의 방역 모델은 지난해 미국 프로농구(NBA)가 채택했던 ‘버블’ 방식입니다. 쉽게말해 선수단을 비눗방울 같은 방역 시스템안에 넣어 일본 사회 및 대중과 차단하는 방식이죠.
‘도쿄식 버블’ 운영 규정에 따르면 선수들은 일본 도착 순간부터 외부 접촉이 최대한 차단됩니다. 원칙적으로 선수촌과 경기장만 오갈 수 있죠. 또 경기 일정을 모두 마치면 48시간 이내 선수촌을 떠나야 합니다.
머무는 동안 사적 외출은 편의점을 다녀오는게 전부입니다. 이마저 매회 15분간으로 제한됐죠.
그런데 이런 버블은 이미 깨졌다고 합니다. 23일 개회식부터 곳곳에서 거리두기가 무너졌죠. 미디어 관계자를 메인프레스센터(MPC)로 수송하는 버스는 만원이었다고 합니다. MPC 안에서 마스크를 내린 채 음식을 먹거나 ‘턱스크’로 돌아다니는 등 각종 제한 조치가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비말 차단 효과가 낮은 덴털 마스크를 착용한 경우도 많았는데요. 이들은 숙소에 돌아가 편의점을 이용할 때 일본인과 수시로 접촉합니다. 좁은 공간에서 동선도 겹치고 같은 물건도 만지죠. 어설픈 버블은 오히려 바이러스의 온상이 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통제는 아예 없다고 합니다. 도쿄식 버블은 버블 안팎 그 누구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죠.
실제로 이번 대회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는 계속 늘고 있고 있습니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대회와 관계있는 이들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16명 늘었다고 26일 밝혔습니다. 대회 방역 규범집인 ‘플레이북’을 적용하기 시작한 이달 1일 이후 확진 판정을 받은 관계자는 누적 148명이 됐죠.

⑤MBC 왜 이래

MBC 방송국이 전세계 언론과 시청자들로부터 ‘포격’을 맞고 있습니다. 올림픽을 중계하면서 여러차례 물의를 빚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23일 개막식 중계는 사고의 연속입니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화면 한쪽에 각종 국가 정보와 함께 체르노빌 발전소 사진을 띄웠습니다. 체르노빌은 구소련 시절인 1986년 원전 폭발 사고로 엄청난 인명 피해가 난 비극의 현장이죠. 소셜 미디어 등에선 시청자들의 비판이 일었습니다. 러시아 출신의 귀화 방송인 일리야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했을 때 세월호 사진”을 넣는 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각국 선수단 입장 때 엘살바도르는 이 나라가 최근 법정통화로 지정한 비트코인 이미지를, 아이티는 현지 폭동 사진과 함께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란 문구를, 마셜제도는 ‘한 때 미국의 핵 실험장’이라는 문구를 붙였습니다. 또 노르웨이 선수단 입장 때에는 연어, 이탈리아는 피자, 터키는 아이스크림 등 음식 사진을 국가 소개에 띄우고 루마니아 입장 땐 ‘드라큘라’ 사진을 썼죠.
논란이 일자 MBC는 23일 중계방송 말미에 사과하고 24일에도 사과문을 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또 사고를 쳤죠. 25일 우리나라 축구팀과 루마니아 경기 중계방송을 하면서 MBC 측은 자책골을 넣은 루마니아 선수 라즈반 마린의 이름을 넣어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비판이 폭주하자 박성제 MBC 사장은 6일 마포구 상암동 MBC 경영센터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한 데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기자 입장에서 박 사장의 사과 발언 중 눈여겨 본 대목이 있습니다. 그는 “급하게 1차 경위를 파악해보니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으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악의 보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이래도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보도방식과 이를 걸러내지 못하는 시스템에서 발생한다는 것, 새삼 절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