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한 구상’ 전에 이것부터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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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태풍으로, 이곳 LA는 가마솥 폭염으로 모두를 지치게 하는 한 주였습니다. 뉴스도 연일 날씨와 관련된 보도가 주요 뉴스로 다뤄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인이 한국의 대북정책에 관한 의견을 미주 중앙일보에 기고로 전달해 남북 통일문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보다 진전된 대북 정책을 골자로 한 이른바 ‘담대한 구상’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이 구상이 현실화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해외에 살고 있는 한인의 객관적 시각에서 제시된 의견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남북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가져보게 합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이 기고문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기고자부터 알아보지요. 기고자는 스펜서 H. 김 CBOL Corp 대표인데요. 이 회사는 항공우주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입니다. 김 대표는 또 태평양세기연구소(PCI) 공동창립자이자 미국외교협회회원입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부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자문위원회의 미국 대표로도 활동했습니다. 또 2012년과 13년에는 하버드대 애쉬센턴의 레지던트 펠로로 지냈습니다.
그의 약력을 통해 꽤 정치외교적 내공을 쌓은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김 대표는 이번 기고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한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런 전제조건을 위해서는 명확한 현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특히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싸고 있는 고려해야 할 현실을 크게 4가지로 요약했는데요.

첫째, 북한은 독재국가이고 김정은은 39세로 그가 최소  한 세대 이상, 즉 앞으로도 35년에서 40년은 더 북한의 독재자로 군림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둘째,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대통령의 임기가 5년 단임제인 점을 꼬집습니다.
셋째,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면서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고, 재선해 최대 8년간 집권할 수 있다고 언급합니다.
넷째, 김정은은 한국과 미국의 선거 패턴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며 역대 선거를 거치며 미국과 한국의 대북 정책이 급변하는 것을 지켜봐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2000년에 당선된 조지 부시 대통령부터 이명박(2007년), 박근혜(2012년), 도널드 트럼프(2016년), 문재인(2017년)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북한에겐 극적인 변화의 연속이었고 여기에 더해 올해 윤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새로 나왔다고 말합니다.
스펜서 김 대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입장을 바꿔 본다면 북한은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처지 아니었을까라고 반문하는데요. 김정은이 권좌에 앉으면서 이미 4명의 한국 대통령, 3명의 미국 대통령을 겪어본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임기 5년 안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고, 또 다음 대통령들도 윤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따를 것이라고 누가 자신할 수 있겠느냐고 재차 반문합니다.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인 플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요. 차기 대통령들이 같이 생각하고 실천하며 그에 근거해 천문학적 액수의 세금을 북한 경제에 투입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김 대표는 자신이 독일 재통일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폴커 뤼에 통일독일의 초대 국방장관과 수년 간 의견을 교환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를 밝혔습니다. 바로 독일 통일의 열쇠가 됐던 초당적 ‘동방정책’이 해답이라고 말합니다. 서독은 동독을 상대로 1969년부터 1990년 10월 두 개의 독일이 통일되기까지 동방정책이라는 일관된 정책을 펴왔다는 점을 강조하는데요. 동방정책은 서독 내부에서 정치적 이념과 상관 없이 모두 이해하고 있었고, 심지어 동독의 정부와 국민도 이해할 뿐 아니라, 미국과 소련 역시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독이 통일을 주도적으로 실현할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합니다.
정책의 일관성이 확보된다면 북한은 한국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알게 되고, 주변 4대 강국도 한국의 통일 정책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담대한 발걸음은 따로 있다고 말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 지도자들과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해 진지하고도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근본적이고 합의된 대북정책을 도출해 내는 일이라고 요약하는데요.
지금 그 작업을 시작하면 비록 윤 대통령 임기 말쯤에나 한국 안에서 합의된 대북정책이 나올 지 모르겠지만 차기 대통령이 그 정책을 따르겠다고 공약한다면 윤 대통령은 한국사에 영원히 남을 중대한 업적을 이루게 될 것이라면서 기고문은 마무리됩니다.
전문보기

동방정책을 추구해 독일 통일의 밑거름을 마련한 빌리 브란트(1913~92).
그렇다면 통일 독일을 이끌었던 서독의 동방정책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핵심은 ‘선평화 후통일’이고 그 뒤를 ‘지속적인 진정성’이 받쳐줬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상대를 적으로 보기 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대하려는 따뜻한 시선과 마음이 있었겠지요. 이념과 삶의 방식이 다름을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 나눌 수 있는 부분부터 개선하고 노력해나가는 진득함이 현재를 살아가는 한민족에게는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