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 이날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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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할머니 #첫 투표 #아이들 위해

오늘 첫 소식은 이전과는 다른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지금까지 보내드린 뉴스레터들의 첫 소식은 대부분 대통령이나 대법관 등 정치인들을 주인공으로 꾸몄습니다. (25차례 뉴스레터 중 17차례 첫 소식에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 정부 소식지인 줄)
이번 뉴스레터 첫 소식은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을 주인공으로 모십니다.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유권자들입니다. CNN이 이번 대선에 생애 처음 투표하는 각기 다른 나라 출신 이민자 6명을 인터뷰했는데요. 그들이 바라본 지금 미국의 상황과 투표하는 이유를 보도했습니다. 인터뷰 대상자 중엔 84세 한인 할머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혼자 보기엔 아까운 말들이라 소개하려 합니다.

최근 진보성향의 CNN이나 보수성향의 폭스뉴스나 양쪽 모두 대선 관련 소식을 객관적으로 보도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팩트도 배치 순서만 바꾸면 가짜뉴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만큼은 왜곡 없이 대상자들의 진심을 담은 것 같네요. 왜 투표해야 하는지 유권자들의 바람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특히 투표권을 갖고 계시면서도 지금껏 투표하지 않은 분들이 계신다면 꼼꼼히 읽어주세요. 시민권이 있으신 분들은 투표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으로 생각하시겠지만 그림자로 사는 분들에게 투표는 누릴 수 없는 사치입니다.
CNN 기사 원문보기

“이 순간을 21년 기다렸습니다”
칼로스 가르시아(멕시코ㆍ40)

지금 당신이 이민심사관 앞에 서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손을 들고 미국에 충성을 서약하는 순간은 정말 꿈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믿을 수 없는 순간이기 때문이죠. 그 순간을 위해 전 21년간 노력했고, 그 자리에 섰습니다.
드디어 시민권을 얻었죠. 가슴 깊숙한 곳에 응어리졌던 깊은 한숨을 마침내 내쉴 수 있게 됐습니다.

전 지난 21년간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체류 신분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림자 속에서 나올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전 폐부에서 나오는 큰 함성을 지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전 투표소에 직접 가서 투표하려 합니다. 첫 투표하는 그 순간의 모든 감정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습니다. 전 그동안의 억압과 탄압에 맞서 투표하려 합니다. 이 순간을 21년간 기다려왔습니다. 21시간을 투표소에서 줄서 기다려야 한다 해도 전 상관없습니다. 그 누구도 제 투표를 막을 수 없습니다.

제가 아는 주변 사람 대부분은 투표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게 투표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제 한 표는 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백 명이 넘는 제 친구들을 대신하는 표입니다.
시민권 심사과정에서 전 정말 철저한 조사를 받았습니다. 제 생각엔 정치인들도 시민권 심사만큼이나 철저한 기준에 부합해야 합니다. 시민권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도덕성입니다. 
특히 거짓말을 해서 발각되거나, 기억해야 할 사실들을 까먹거나, 기록이 정확하지 않다면 시민권을 받지 못합니다. 제가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하는 이유와 같죠. 그는 국민들에게 수많은 거짓말을 해왔습니다.
투표하는 순간에 전 정말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느낄 겁니다. 그래서 옆집 이웃이 준 성조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가려합니다. 옆집 이웃은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적인 지지자들입니다. 전 그들이 준 마스크를 쓰고 투표장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하는 표를 행사하겠습니다.

“양심과 이성을 따르겠습니다”
카디쟈 바라티(아프가니스탄ㆍ43)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간호병이었습니다. 그러다 미군에 입대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운이 좋았습니다. 미군 부대로 출근할 때마다 전 힘을 얻었고 여성으로서 존경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부대를 들어서면 비로소 절 누르던 공포에서 해방됐습니다. 미국에 오기로 결심한 것도 보다 안전하고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이젠 미국이 제 조국입니다.
이번이 제 인생에서 첫 선거 참여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투표하지 않았죠. 의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권력자들은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어쨌든 할 테니까요. 하지만 미국에선 투표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는 정의가 있다고 믿으니까요.

아직 전 어느 후보를 뽑을 지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조급하게 선택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웃이나 직장동료가 하는 말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또 TV 방송에서 전문가들이 떠드는 말도 믿지 않겠습니다. 신중하게 양 후보들의 말을 듣겠습니다. 그리고 제 입장만 생각해서 투표하진 않겠습니다. 전 난민 출신입니다. 한 가지만 보고 뽑진 않을 겁니다. 이기적인 선택은 현명하지 않습니다. 미국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될 선택을 하려 합니다.
전 양 후보 모두에게 끌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 모국의 정부와 무장단체 탈레반이 대화하도록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할 일이었죠. 파괴가 아니라 대화로 푸는 그 정책이 전 마음에 듭니다.
바이든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더욱 많은 난민들에게 미국 입국 기회를 주겠다고 합니다. 그 역시 좋은 정책입니다. 오늘의 미국은 전세계에서 건너온 능력있고 선한 사람들 때문에 힘을 유지하고 있죠.
전 정말 신중한 표를 행사할 겁니다. 두 후보들의 말을 제 양심과 이성으로 듣고 심사숙고하겠습니다.

“투표는 치유입니다”
주스틴 오켈로(우간다ㆍ35)

민주주의는 정말 애지중지 지켜져야 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만 국민의 목소리가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의 시민이 된다는 건 말로 형언하기 힘든 감정이 들게하죠.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건 특별한 권리입니다. 전세계 수많은 사람이 그 권리를 빼앗겼기 때문이죠. 
전 난민들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조국이 자신들을 버렸다는 생각에 조국을 떠났습니다. 투표를 한다고 해도 그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죠. 그래서 국민을 섬기는 민주주의 국가인 이 나라에서 우간다계 미국인으로 산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이번이 첫 투표입니다. 지난번 대선 때 전 시민권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투표하지 못하고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이젠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인 투표를 할 수 있어 행복하고 기대됩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이 나라가 겪어야 했던 수많은 아픔과 갈등들이 치유되길 바랍니다. 선거는 국민 개개인이 짊어져야 했던 짐을 투표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투표는 치유입니다. 

“희망을 걸지만 두렵습니다”
파올라 제시(과테말라ㆍ42)

최근 제 시민권 증서를 받으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유권자 등록이었습니다. 뉴스를 자주 보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죠.
제게 중요한 국가 현안은 차별 금지, 기회 균등, 건강보험입니다. 지금 미국에선 진영이 극명합니다. 백인과 흑인으로 나뉘어 있죠. 하지만 가끔 우리 라티노들은 잊히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그 중간에 끼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죠.
라티노들도 목소리를 높여 우리 생각과 의견을 투표로 반영해야 합니다. 열심히 일해 세금을 내는 시민이라면 투표는 의무입니다.

바이든 후보는 이상적인 후보가 아닙니다. 하지만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행사할 순 없습니다. 대통령은 제 모든 가치와 신념에 어긋납니다. 그가 하는 말들은 날이 갈수록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모욕하고 공격하죠. 당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을 모욕하거나 공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존중이라는 말의 정의가 그렇지 않나요.
TV에서 두 후보의 토론을 봤습니다. 국민의 모범이 되어 국민을 보살피고 정부를 이끌어 가야할 두 사람은 싸우기만 했습니다. 민주당이 좋다고 하면 공화당은 덮어놓고 반대하죠. 또 공화당이 좋다는 정책엔 민주당이 가로막습니다. 항상 싸우죠. 지켜보는 저로서는 ‘도대체 왜?’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습니다. 서로 각자 자존심만 신경쓸것이 아니라 국민을 생각하지 않나요? 정치인들은 누가 이기는 지에만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정작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국민들이 짊어져야 하는데도 말이죠. 
그 싸움들의 끝이 아무 변화를 만들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면 때로 실망스럽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전 기대를 걸어봅니다.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두렵습니다

“내 아이들을 위해 투표합니다”
 
시니어 이민자로서 미국 선거는 참여하기가 어렵습니다. 언어가 불편해서가 아니라 등록 절차가 까다롭고 직접 투표소에 가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는 반드시 투표소에 가서 통역관의 도움을 받아 참여하려 합니다. 이번이 제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참여하는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 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바이든 후보에 대해서 더 많이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양 후보의 정책들을 다 파악하지 못했죠. 제 선택의 기준은 미래입니다. 절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아이들과 미래 세대들이 더 큰 혜택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난 뒤 전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죠. 투표소에 가기 전에 현명한 선택을 굳힐 수 있길 바랍니다.
 
전 노인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고통 속에 있습니다. 그 여파가 제 이웃과 친구, 자식들에게 미치고 있죠. 이웃 가족이 코로나로 고통받고 있다는 소식을 계속 듣고 있습니다. 제 교회 교인 여러분이 직장을 잃기도 했죠. 수많은 사람이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도 어렵습니다. 또, 팬데믹 이전에는 노인들이 모임이나 만날 기회가 많았지만 지금은 시니어 센터가 문을 닫는 바람에 활기를 잃은 노인들이 많습니다. 

이번 선거가 시니어들 사이에서도 대화 주제로 자주 오르내립니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아예 관심을 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많은 노인들이 건강문제로 투표하길 꺼립니다. 요즘 저는 그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다닙니다. 우릴 위해서가 아니라 자식들을 위해 투표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