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효과 90%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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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재확산이 악화일로입니다. 미국에서 누적환자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섰고 10일 현재 50개 주 전역에서 환자가 증가했습니다. 11일에는 하루 사망자가 2000명이 넘었죠. 지난 5월6일 이후 6개월 만에 처음 하루 사망자 2000명을 넘은 것이라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님, ‘코로나가 기적처럼 곧 사라질 것’이라면서요)
국민들은 전염병에 떨고 있는데 워싱턴DC 정가는 아직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으로 어수선합니다. 경기부양책 협상도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죠. 제발 이번에 당선된 정치인들이 오직 국민만 최우선으로 위해주길 바랍니다.
서른 두 번째 편지,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코로나가 재확산하는 암울한 상황에서 8일 희소식이 들렸습니다. 화이자가 독일 바이오앤테크(BioNTech)와 함께 개발 중인 백신의 예방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대규모로 실시된 마지막 3상 임상 시험으로는 첫 번째 결과라 세계적인 뉴스가 됐습니다. 희망적 소식에 당장 주식시장부터 출렁거렸죠.
하지만 임상 시험 결과라 백신의 효과를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또, 설사 백신이 효과가 있다고 해도 실제 접종까지는 아직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환자들이 희생될 수 있죠. 확실한 사실은 이 백신이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다는 겁니다. 정부차원의 확실한 방역 조치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화이자 백신에 대한 궁금증들을 풀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방 효과 90%가 무슨 뜻이야?

결과를 이해하려면 시험 과정부터 설명드려야 합니다. 화이자는 지난 7월부터 시험을 시작했습니다. 시험 참여자의 절반에겐 백신을, 나머지 절반에겐 가짜 약(소금물)을 주사했죠. 접종 후 백신 효과를 알기 위해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접종자들이 다양한 생활환경에서 자연적으로 코로나19에 노출돼 감염되는지 안 되는지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4만4000여 명이 참가했고, 그중 94명이 코로나19에 걸렸죠. 그 94명 중 백신 접종자와 가짜 약 접종자의 비율을 분석했더니 효과가 90%라는 의미입니다.

그럼 백신 접종자들도 코로나에 걸렸다는거네?

그렇습니다. 만약 코로나19에 걸린 참가자 94명 중 백신 접종자가 한 명도 없었다면 효과가 ‘거의 100%’라고 발표했겠죠. 화이자측은 94명 중 백신 접종자가 10% 미만이라고 했습니다만 구체적으로 몇 명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시험 방식 신뢰할 수 있어?

방식 자체는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해요. 먼저, 시험은 블라인드 테스트였어요. 참가자가 무엇을 맞는지는 참가자는 물론 의사들과 화이자도 몰랐답니다. 누가 백신을 맞았는지는 ‘데이터·안전모니터링위원회(DSMB)’라는 독립조직만 알고 있었죠. 화이자와 연관이 없는 과학자와 통계학자로 구성된 조직입니다. 또, 참가자의 인종과 거주지 구성도 신뢰할 만합니다. 전세계 참가자 중 42%, 미국 참가자의 30%가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됐다고 해요.

90%면 아직 불안한 거 아냐?

일반인들의 기준에선 부족할 수 있지만, 과학적으로는 기대 이상의 상당히 좋은 결과입니다. 먼저 식품의약국(FDA)이 정한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 기준은 50%입니다. 그래서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효과가 50∼60% 정도만으로도 그런대로 괜찮은 백신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백신을 예로 말씀드리면 더 피부로 와닿습니다. 예를 들어 매년 우리가 맞는 독감 백신의 효과는 40~60% 정도밖에 안됩니다. 독감 바이러스가 매년 변형되기 때문이죠.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변형하고 있습니다.

부작용은 없었어?

화이자측은 이번 3상 시험 이전에 미리 안전성 검사 시험을 거쳤다고 해요. 백신 후보군을 4종류로 나눠 소규모 대상자들에게 접종했죠. 그중 가장 부작용이 적었던 약물을 골라 3상 시험에 사용했습니다. 화이자측의 발표로는 아직까지 심각한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폭스뉴스가 12일 이번 임상시험 참가자인 글렌 데실드를 인터뷰했는데요. 데실드는 “3~4일간 접종부위 통증이 심했고 두통과 피로감도 컸다”면서도 “백신이 나오는 즉시 반드시 빨리 맞으라”고 권했습니다. 이유는 통증 정도는 두통약으로 해결할 수있고, 무엇보다 본인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만 봐도 효과가 입증된 것이라고 했답니다.

아직 완전히 개발된 게 아니지?

말씀드렸듯 중간 개발 결과입니다. 화이자의 임상시험은 참가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164명이 될 때까지 진행된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94명이 감염됐으니 아직 감염사례가 70명 더 나와야 하죠. 164명의 백신 효과가 좋다고 해도 실제 수백만 명이 접종했을 때에도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확신할 순 없습니다.

일반인들은 언제 맞을 수 있어?

감염자가 164명이 된 뒤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시기는 11월 3째 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그때 화이자는 FDA에 백신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죠. 그런데 긴급사용승인을 받기 위해 FDA가 내건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긴급사용승인 신청 전에 2차 접종을 마친 시험 참가자 절반 이상을 두 달간 추적·관찰’해야 합니다.

 

잠깐 2차 접종도 해야해?

이전 뉴스레터에서 설명드린 적 있죠. 코로나19 백신은 2개 약제로 구성됩니다. 
‘코로나 백신, 불편한 진실’ 보기
1차 접종분은 바이러스 침투시 면역체계를 작동시키고 2차 접종분은 강한 면역반응을 유도합니다. 러시아가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자국내 사용을 승인한 백신 스푸트니크V도 마찬가지로 2개 약제로 이뤄졌죠. 화이자의 임상시험은 1차 접종 3주 후 2차 접종을 했다고 합니다. 백신의 예방 효과가 나타난 시점은 2차 투여 7일 후, 1차 투여일로부터는 28일 뒤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은 과정은 뭐야?

FDA의 조건을 충족하려면 이달 말은 돼야 긴급승인을 신청할 수 있죠. 신청서를 접수한 FDA는 외부의 독립검증위원회에 의뢰해 다시 추가로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합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90%의 효과가 그대로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연말 전까지는 고위험군부터 투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과학계는 일반인들이 모두 접종할 수 있는 상용화 단계는 내년 상반기가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접종 최우선 대상자는 누군데?

화이자는 연말까지 3000만~4000만 도즈(dozeㆍ1회 접종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백신이 2개 약제임을 감안하면 1500만~2000만 명만 접종할 수 있는 양이죠, 물량이 부족하니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고위험군들부터 맞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당뇨 등 기저질환자와 의료계 종사자들이 최우선 접종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죠.

노인들에게 효과가 있을까?

이번 임상시험에는 65세 이상의 시니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전성이 어느정도 검증되었다는 뜻이죠. 시니어들이 더 취약한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면역체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입니다. 백신은 면역체계를 가동시키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연령별 취약점이나 안전성을 파악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입니다.

아이들한테는?

이번 임상시험에서 어린이들에 대한 효과 검증은 오히려 노인보다 미흡합니다. 화이자의 1차 임상 시험 대상자는 18세 이상이었습니다. 9월부터는 16세 이상으로 확대했고, 지난달에서야 12세로 접종 대상을 늘렸죠. 아직 아동들에 대한 백신효과 분석은 초기단계입니다.

다른 백신들도 개발중이지?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화이자처럼 마지막 3상 임상시험중인 백신은 10종에 달합니다. 이 백신들의 대부분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체 일부를 사람의 몸에 주입해 면역체계를 훈련시키는 방식입니다. ‘리보핵산(RNA) 백신’이라고 하는데요. 인체에 들어간 백신은 면역체계의 두 종류인 항체와 T세포를 모두 생성하게 만들어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도록 하죠. RNA 백신은 한국을 비롯한 중국, 영국 등 7개국에서 개발되고 있습니다. 화이자의 백신이 효과가 있다는 건 다른 약제들에게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개발이 본인 덕이라고 했는데 맞아?

사실과 다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워프 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추진했죠. 백신을 초고속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정부의 집중 지원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화이자를 비롯한 5개 제약사가 선정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선정된 제약사 중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 정부로부터 개발자금을 미리 받았지만 화이자는 지원금을 받지 않았다고 해요. 다만, 백신이 개발된 후 미국 정부가 19억5000만 달러어치의 백신을 구매하겠다는 선주문 계약을 맺은 것이 전부라고 합니다. 개발지원금은 미국이 아니라 독일 정부가 4억4500만 달러를 줬다고 합니다. 화이자측은 “트럼프 행정부의 선주문 계약이 개발에 자극제가 되긴 했지만 실제 개발에 금전적인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밝혔죠. 자세한 내부 계약 사정이 공개되자 비지니스 인사이더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 개발의 공을 가로채려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백신도 나왔으니 마스크 이젠 벗어도 되지 않아?

제발 그러지 마세요. 말씀드렸듯 백신 개발이 완료된다고 해도 아직 코로나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또 일반인들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됐다고 해도 당분간은 마스크나 거리두기 등의 위생 방역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백신을 맞는다고 해도 남이 맞지 않으면 감염은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2000년 미국이 종식을 선언했던 홍역이 지난 2015년 다시 창궐했던 이유도 백신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죠. 이제 겨울입니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가족들과 안전하게 보내시려면 마스크는 반드시 쓰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