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화요일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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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것만 기억하자 #밑줄 쫙

D-18.
오늘(16일)부터 대선까지 남은 날짜입니다. 똑개비뉴스 1호를 발송했던 7월28일이 D-99이었으니 그동안 구독자들과 정말 숨가쁘게 달려왔다는 걸 실감합니다. 지금까지 양 후보의 공약을 비교하고, 대선 향방을 점치며 여러 변수(폭로 등등)들을 뉴스레터에서 다뤘습니다. 그런데 정작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소개하지 못했죠.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미국 선거 시스템입니다. 현재까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전국 지지율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10% 안팎으로 앞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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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직접선거라면 ‘이변이 없는 한’(기자들의 책임회피용 전제조건)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겠지만, 미국에선 전국 득표율이 반드시 당선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유권자를 대신한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이 대통령을 뽑는 간접선거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국민 과반표를 얻었다해도 패자가 될 수 있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똑개비뉴스에서도 선거인단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할 텐데요. 이미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직 생소한 구독자분들을 위해 미국의 복잡한 선거 제도를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선거일이 왜 11월3일이야?

대선 날짜가 3일로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대통령 선거는 4년에 한번 열리죠. 헌법이 정한 선거일은 11월 첫째 월요일 다음의 화요일입니다. 그래서 날짜가 매번 바뀌는데요, 선거일은 빠르면 11월2일, 늦으면 11월8일이 됩니다. 통상 이날을 대통령 선거일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 후보들에게 직접 투표하는 날이 아니라 선거인단을 결정하는 날이죠.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는 분들 조금만 참아주세요. 곧 설명하겠습니다.)

 

왜 하필 11월이야?

대선이 11월이 된 건 228년 전인 1792년 헌법으로 제정하면서부터입니다. 당시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농부였습니다. 11월은 추수가 끝난 농한기여서 유권자들이 투표할 여유가 있는 시기죠. 또 12월부터는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도 있어 교통이 불편했던 당시엔 유권자들이 투표장까지 가기가 어려웠습니다. (눈밭에서 한 발자국도 안가려는 말, 엄동설한에 채찍질은 못할 짓)
새해가 시작되기 전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어야 하는 점도 ‘11월 선거’에 설득력을 얻었죠. 

화요일인 것도 이유가 있어? 

‘화요일은 선거일’이 된 배경에서도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요. 우선 월요일, 금ㆍ토요일은 각각 한 주의 시작일과 주말이라 제외했습니다. (만사 귀찮은 월요병, 주말엔 좀 쉬자)
수요일은 대부분의 농부들이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고파는 날이었다고 합니다. 목요일은 미국을 식민통치했던 영국의 선거일이라 고려하지 않았고요. 일요일은 당연히 대부분의 유권자가 교회에 가야했기 때문에 투표를 종용할 수 없었죠. 아시죠? 미국 건국의 근간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온 청교도들입니다.
결국 요일별로 지워가다보니 남은 건 화요일 뿐이었던거죠.

 

날짜는 알겠고, 대선 절차 설명해줘

이미 양당 후보가 결정됐으니 지나간 과정도 있지만 말씀드릴게요. 크게 대의원 선출→전당대회서 당 후보 선출→대통령 선거로 나뉩니다. 시기별로 세분화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2~6월 주별 프라이머리(primaryㆍ예비선거) 혹은 코커스(caucusㆍ전당대회)

명칭은 다르지만 행사 성격은 같습니다. 각 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대선 후보를 뽑는 대의원(delegate)들을 선출하는 행사죠. 두 가지 방식 중 어떤 걸 선택할지는 주법에 달렸습니다. 50개 주 가운데 37개 주는 프라이머리, 10개 주는 코커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3개 주는 정당에 따라 프라미어리와 코커스를 나눠 실시합니다. 선출되는 대의원 수는 해당 주의 당원수에 따라 정해지는데, 거의 주 인구에 비례합니다. 
이 5개월 동안 가장 중요한 날이 ‘수퍼화요일(Super Tuesday)’로 불리는 3월 첫째 화요일 예비선거입니다. 후보로 지명되기 위해 필요한 대의원 과반수의 절반 정도가 이날 결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민주·공화 양당의 후보를 결정짓는 날이 될 수 있습니다. 

②7~8월 전당대회

당대회에서는 대의원 표의 과반을 얻은 사람이 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죠. 그런데 당 후보는 사실상 전당대회 이전에 결정됩니다. 전당대회 이전에 선출된 각각의 대의원들이 누구를 지지하는지가 분명하고, 코커스나 프라이머리에서의 득표율을 기준으로 각 후보별 지지 대의원 수가 분배되기 때문이죠.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내 경선 자체가 필요없을 정도였습니다. 민주당은 20여명이 무더기로 출마했습니다만, 바이든 후보와 샌더스 의원간 2강 구도로 압축됐죠. 4월8일 바이든 후보가 최종 후보로 결정됐습니다.

 

③11월3일 선거인단 선출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통상 대통령 선거일이라고 부르는 11월3일은 사실 대통령을 선출할 권한을 갖는 선거인단을 뽑는 날입니다. 선거인단은 각 주별 상ㆍ하원 의원수만큼 뽑게되죠. 주별로 상원의원 의석은 2석씩 100석, 하원의원 의석은 인구비례에 따라 총 435석입니다. 여기에 워싱턴 DC 특별자치구 3석을 합하면 538명의 선거인단이 구성되죠. 이 선거인단이 올해엔 12월14일 대통령을 뽑게 됩니다. 이때 538명중 과반인 270표를 얻는 후보가 대통령 당선자가 되죠. 투표시 각 주의 선거인단은 각기 다른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1명의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게 되죠. 바로 악명높은 ‘승자독식(Winer-take-all)’의 개념입니다.

들어도 잘 모르겠어. 승자독식제가 뭐야

쉽게 설명드릴게요. 선거인단이 5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를 예로 들어볼까요. 11월3일 일반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중한 사람을 선택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이해되시죠?
한국 직선제와 다른 점은 개표 후 결과입니다. 유권자 표를 합산해 1표라도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캘리포니아주 선거인단 55명의 표를 모두 가져가게 되죠. 한국 직선제에 익숙한 분들은 양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 득표비율에 따라 선거인단 55명의 표를 나눠야 마땅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득표율로 선거인단수를 배분하는 주는 50개 주 가운데 메인과 네브라스카 2개주밖에 없습니다.

 

그럼 선거 결과가 바뀔 수도 있네?

지금까지 5차례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이변은 2016년 대선이었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전체 득표율 48.2%(전체 6584만4610표)를 얻어 득표율 46.1%(6297만9636표)를 기록한 트럼프를 전체 득표수에서 눌렀었어요. 하지만 선거인단 확보 경쟁에서 227:304의 큰 차로 낙선했습니다. 현재 각 언론이 쏟아내고 있는 전국 지지율이 큰 의미가 없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전국 득표에서 이기더라도 낙선할 수 있기 때문이죠.

비민주주의적 아냐? 왜 승자독식제를 만든 거야

먼저 연방국가라는 역사를 이해해야 합니다. (본의 아니게 역사 시간이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꾸벅)
건국 초기 미국의 각 주는 독립된 정부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각 주정부가 자치권을 유지하면서 연합국 대통령을 선출하려면 주정부별로 자기 주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할 대표들을 파견해 투표하는 것이 최선이었죠. 선거인단이 만들어진 배경입니다. 각 주의 선거인단들은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 전에 지지할 후보를 한명으로 통일해야만 했습니다.

왜? 서로 지지 후보가 다르면 안돼?

쉽게 예를 들어볼까요. 전교 회장을 뽑는데 각 학급의 반장과 부반장이 학급대표로 투표한다고 가정해보죠. 반장과 부반장은 학급의 이익을 가장 잘 반영해줄 전교회장을 뽑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만약 반장은 A후보를, 부반장은 B후보를 지지한다면 학급의 이익보단 개인적인 이익을 앞세울 가능성이 커지게 되죠. (‘떡볶이 사줄게 나 회장 밀어줘’ 표거래의 냄새가 솔솔)
각 주가 지지하는 대통령은 한명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나오게 된 배경입니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도 있어요. 만약 전체 국민이 1표씩 행사하는 직선제가 되면 인구가 적은 주의 이익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죠. 각주의 이익을 최대한 동등하게 대통령 선거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의 근간이기도 합니다.

선거인단이 투표할 때 마음을 바꿔서 다른 후보에게 투표할 수도 있잖아?

물론입니다. 일명 의리없는 선거인(Faithless elector)이라고 하죠. 역대 22차례가 있었는데요. 하지만 대선 결과가 뒤집힌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선거인단 투표가 형식적인 투표인 이유죠.

그래도 만약 선거인단 투표에서 270표 과반이 안 나오면 어떻게 돼?

정곡을 찌르는 질문입니다. 이럴 경우 하원에서 대통령을 결정하게 됩니다. 역사상 단 2차례 있었다고 합니다. 1800년, 1824년이라고 해요. 각 주별로 1표씩 행사하게 되는데요. 일명 대표단 선거(Contingent election)라고 합니다.
이 역시 승자독식제입니다. 쉽게 말해 각 주별로 하원의원들이 투표해서 가장 많은 득표를 얻은 후보가 그 주의 1표를 갖게 됩니다. 캘리포니아를 예로 들면 하원의원은 53명입니다. 이중 27명이 A후보에게 투표하고 26명이 B후보를 지지했다면 최종 A후보가 캘리포니아 주의 1표를 가져가게 되죠. 이렇게 주별표를 합산해 과반이상 득표를 얻으면 당선됩니다.
부통령의 경우에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단, 하원이 아닌 각주의 상원의원 2명이 한표씩 행사해 결정하게되죠. 전체 상원의원이 100명이니 51표를 얻은 후보가 부통령이 됩니다.

 

승자독식이면 선거인단이 많은 주에서 이기면 되는거네?

이론적으로 그렇습니다만, 그게 쉽지 않습니다. 많이 들어보셨을 법한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s), 즉 경합주의 표심 때문입니다. 미국도 한국처럼 주별로 지지정당 성향이 강합니다. 그런데 선거 때마다 마치 그네가 왔다갔다하듯 표심이 변하는 주가 있습니다. 그래서 스윙 스테이트라고 하죠. 대표적인 주가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오하이오 등입니다. 경합주에서 후보간 득표차는 피를 말릴 정도로 엎치락뒤치락하기 마련입니다. 아주 근소한 차로 전체 득표율에서 밀리면, 모든 선거인단을 다 잃어버리게 됩니다. 특히 이중 오하이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죠.

왜 오하이오가 중요해?

일명 ‘오하이오 징크스’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하이오주의 승자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전통을 뜻합니다. 이 전통은 케네디 대통령 당선 때 딱 한번 깨졌을 뿐이라고 해요. 지난 대선때도 트럼프 대통령이 오하이오주를 차지했죠. 단순한 징크스라고 할 수만은 없는 것이 오하이오주는 선거인단이 18명으로 5번째로 많습니다. 양당의 득표율도 정말 그네처럼 오락가락하는 곳입니다.

선거인단 투표 이후 남은 절차는 뭐야?

말씀드렸듯 12월14일 선거인단 투표가 끝나면 그 결과는 밀봉되서 상원의장인 부통령앞으로 우송됩니다. 선거인단이 찍는 후보는 이미 확정된 상태라 이 역시 요식행위죠. 그후 1월6일에 당선자가 발표되고, 1월20일 취임식이 열리게 됩니다. 그런데 올해 대선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연방대법원에서 당선자가 뒤집히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왜?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가 대규모 부정선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패배할 경우 대법원에 소송하겠다고 공표했죠.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별세로 공석이 된 대법관 후임 인준을 서두르는 이유중 하나가 대선 결과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48) 판사가 인준을 통과하면 9명의 대법관중 6명이 보수로 채워집니다. 만에 하나 대선 불복 소송이 대법원에 올라갈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판결이 나올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