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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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셰프 #지지율 의미없다

시사셰프●오늘의 요리: 대선 지지율 허와 실
●요리 재료: 종류, 편향성, 투표율, 표본집단, 시기, 조사대상 숫자, 선거인단, 주별 조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0년 대선 시계가 오늘(20일)로 꼭 2주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올해 대선은 어느 때보다 결과 예측이 어렵다고들 합니다. 지지율 여론조사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그 반증이겠죠.
그런데, 지지율 조사 믿을만한 걸까요? 2016년 대선 당시에도 선거 기간 내내 발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당선될 것으로 예측됐었습니다. 4년 전 트럼프 후보의 우세를 전망했던 기관은 USC와 LA타임스 공동조사뿐이었습니다. 공화당에 우호적인 폭스조차 힐러리의 낙승을 예상했었지만 USC/LA타임스 공동조사는 7월부터 대선 직전까지 17차례나 트럼프의 지지율이 앞선다고 분석했죠. 그래서 각 기관들은 4년 전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전국 지지율이 별 의미가 없다는데 입을 모읍니다.
이번 시사셰프 코너에서는 지지율과 관련해 스탠퍼드대학 데이비드 브레이디 정치학 교수의 의견을 들어보려합니다. 그 역시 전국 지지율을 신뢰하지 않는 쪽입니다. 대신 경합주별 지지율을 깊게 분석해야 의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네요. 
올해로 23년 째 스탠퍼드대에 재직중인 브레이디 교수는 선거와 공공정책 연구의 대가로 꼽힙니다. 그가 스탠퍼드 대학신문에서 지적한 9가지 지지율의 맹점들을 짚어 드리겠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신문 기사 원문보기

①기관별로 결과가 다르다
조사 주체가 누구냐 따라 지지율 차이는 크게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지난 10월 11~13일간 이코노미스트/유고브가 진행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지지한다가 42%, 하지않는다가 57%로 15%p차가 났죠. 그런데 같은 기간 라스무센 보고서에서 그 차이는 4%p에 불과했습니다. 브레이디 교수는 이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비슷한 시기 시행된 8~9개 조사의 평균을 내는 것이 가장 ‘여론’에 가까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팩트를 써도 가짜뉴스가 될 수 있다는)

②편향적일 수 있다
브레이디 교수는 지지율이야 말로 진보 혹은 보수 한쪽으로 치우치기 쉽다고 합니다. 위에서 예로 든 라스무센 보고서는 보수 성향이 짙죠. 브레이디 교수는 “하지만 만약 라스무센 보고서가 바이든의 우세를 점친다면 그 분석은 의미가 깊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보수언론이 문 대통령을 칭찬하는 것과 같은 이치)

③지지율은 투표율이 아니다
지지율의 또 다른 중요 결함중 하나가 투표율 반영도 입니다. 지지율과 투표율과의 연관성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은 아직 아무도 만들지 못했죠. 이유중 하나가 선거권자 여부를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론조사시 시민권자인지 물었을 때 실제 투표권이 없으면서도 시민권자라고 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몰랐어? 나, 미국 시민이야)

④표본 조사 대상의 문제
상식적인 함정중 하나죠. 여론조사 대상이 실제 유권자층을 고루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지지층인 특히 저학력 백인 남성들이나 이른바 ‘샤이 트럼프 유권자’는 주류 언론의 보도를 믿지 않습니다. 당연히 여론조사 참여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테니 여론조사의 정확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브레이디 교수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2016년 대선 당시 지지율 여론조사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조사대상의 학력수준 변수였습니다. 지난 대선 이전까지 학력 수준이 평균보다 낮은 유권자들은 대부분 민주당을 선호했지만 2016년 대선과 2018년 중간선거, 그리고 2020년 선거에서 그들은 트럼프 지지층으로 돌아섰죠.”

⑤시기의 함정
여론조사를 언제 하느냐도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2016년 대선에도 그 실수가 있었죠. 예를 들어 대선 TV토론 직후 여론 조사의 경우 본인이 선호하는 후보가 잘 했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의 설문 응답률이 더 높습니다. 결과가 왜곡될 수 있죠.

⑥응답자 수와 질문
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진짜 여론에 결과를 얻는 건 당연하겠죠. 그리고 질문 방식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현재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반드시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해당 응답자가 바이든 후보도 싫어할 수 있죠. 결국 투표율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⑦분석 시간
여론조사가 정확하기 위해서는 분석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브레이디 교수의 설명입니다.
“예를 들어 9월29일 대선 토론 당일 밤 발표된 여론조사는 단 2개 뿐이었습니다. 둘 다 합리적인 분석이긴 했습니다만 통상 대선 토론에서 승패를 알기 위해선 분석하는데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1주일이 소요됩니다.

⑧깜깜이 선거인단
지난 뉴스레터에서 설명드렸듯 가장 큰 변수는 승자독식제의 선거인단입니다. 24호 뉴스레터 보기
다시 말씀드리지만 4년 전 클린턴 후보는 전체 득표율 48.2%를 얻고도 46.1%에 그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거인단 확보에서 227:304로 밀려 낙선했습니다. 간접선거제인 미국 대선에서 지지율이 앞선다고 반드시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⑨경합주 지지율만 의미를 두자
그래서 브레이디 교수는 전국 지지율 보다 경합주 지지율에 더 의미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격전지 주별 지지율을 알면 확보한 선거인단수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이끈 3개주가 대표적이죠. 미시건,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주가 특히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브레이디 교수는 인터넷 매체 ‘리얼클리어(RealClear)’의 선거인단 예상 분석을 유심히 볼 것을 추천했습니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매체는 현재까지 양 후보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인단수를 분석했습니다. 바이든 후보가 216표, 트럼프 대통령이 125표라고 합니다. 아시죠?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매직넘버는 선거인단 538명중 270표라는 거.(모르신다면 지난 뉴스레터 꼼꼼히 안보셨다는 뜻)
바이든 후보가 앞서고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경합주의 선거인단 197표가 어느쪽을 선택할 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로선 뒤지고 있을진 몰라도 만약 이 중 145표만 얻는다면 당선된다는 뜻이죠.